2023.10.26 23:41
[소련 KGB]는 근육질 남자가 커다란 징을 치면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네, 랭크 영화사 작품이죠. 보통 이 로고
뒤에는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테크닉컬러 걸작들이 나오곤 했는데, 이 경우엔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스릴러가 나옵니다. 어쩔 수 없죠.
1987년 영화이니, 냉전 말기의 호전적인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원작은 1984년에 나왔고 1986년이 배경입니다.
포사이드의 소설이 자주 그렇듯 실존인물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영국을 배신하고
소련으로 달아난 스파이 킴 필비가 악역 비슷하게 등장합니다. 단지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초반에
살해당하지만요. (필비는 이 영화가 나오고 1년 뒤인 1988년에 사망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소련 스파이가 하려는 건 영국의 미 공군 기지에서 작은 핵폭탄을 터트리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러면 미군에서 핵폭탄을 다루다 실수를 저지른 것이 되어서 다음 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하게 되고 노동당에 잠입한 소련 간첩들의
영향 아래, 반미친소 정부가 영국에 들어선다는 거죠. 원작의 이런 설정이 민망했는지, 영화엔 여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왜 소련 스파이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며 이런 짓을 하는지가 설명이 잘 안 되지요.
[재칼의 날]이 그러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며 임무를 달성하려는 악당과 그 악당을 막으려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악당은 KGB 요원 페트로스키이고 페트로스키를 저지하려는 남자는 MI5 요원인
존 프레스턴입니다. 그리고 페트로스키는 재칼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랑 잔 여자도 죽이고 어쩌다 만난 게이 남자도 죽입니다.
여자들을 죽이는 건 하드보일드하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습관이라고 쳐도, 게이 남자는 왜 그렇게
열심히 죽이는지 모르겠는데. 여기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겠죠. 그런 난리를 쳐놓고
정작 임무에 실패하는 것도 재칼과 같습니다.
[재칼의 날] 영화판을 재미있게 본 관객들은 이 영화도 재미있을 가능성이 좀 되는데, 전 [재칼의 날]은 재미있게
봤지만 이 영화는 그냥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퀄리티의 차이가 나니까요. 나름 거장의 작품이고
옛 할리우드 영화의 매력이 남아있는 [재칼의 날]과는 달리 [소련 KGB]는 냉전 시대 스릴러의 재료를
그냥 기계적으로 엮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한 게임이 새로운 거 없이 반복되면 좀 심심하죠.
게다가 전 이 시기 영어권 배우들을 동원해서 그리는 소련 묘사가 좀 웃겨서 진지하게 보기가
좀 어려워요. 영화도 그렇지만 포사이드의 소설도 다를 게 없죠. 전 포사이드가, 르 카레가 동독에
대해서 아는 만큼 소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미래의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이 소련 스파이를 연기하는 걸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23/10/26)
★★☆
기타등등
마이클 케인 은퇴 소식을 듣고 봤습니다.
감독:
John Mackenzie,
배우: Michael Caine,
Pierce Brosnan,
Ned Beatty,
Ian Richardson,
Joanna Cassidy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9304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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