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미에서 온 사나이]는 안소니 만과 제임스 스튜어트가 협업해서 만든 영화 여덟 편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공군 홍보 영화인 [Strategic Air Command]가 같은 해에 나왔는데, [라라미]가 더 나중에 개봉되었어요. 토머스 T. 플린이라는 펄프 작가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연재했던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입니다. 내용을 전혀 모른 채 볼 때 가장 재미있는 영화이고, 전 밑에서 줄거리 대부분을 이야기할 겁니다. 그리고 유튜브 버전은 자막이 거의 [사랑은 비를 타고]의 [춤추는 기사] 수준으로 안 맞는다는 점은 경고해야겠습니다. 전 초반에 포기하고 애플TV로 갔어요. 보실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는 (당연하지만) 제임스 스튜어트가 연기한 윌 록하트입니다. 라라미에서 (아마도 뉴 멕시코 어딘가에 있는) 작은 서부마을인 코로나도에 물품을 갖고 왔지요. 영화에서 라라미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록하트에게 "넌 그냥 라라미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하게 하는 도구라는 걸 빼면요.

도입부에서 관객들은 록하트가 전직 장교이고 기병대였던 남동생이 아파치와의 전쟁에서 죽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파치 사람들은 연발소총을 갖고 있고, 록하트는 어떻게 그게 아파치에게 넘어갔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음, 백인들은 그게 두려울 수 있죠. 하지만 백인들만 연발소총을 가져야 한다는 건 좀 치사한 생각이 아닐까요.

코로나도에는 백인 정착민과 선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백인들과 어울려 사는 사람들은 평화로운 푸에블로 사람들입니다. 호전적인 아파치 사람들은 이 마을을 지배하는 에릭 웨거먼의 영토에 살고 있는데, 웨거먼은 아파치 사람들이 뭘 하든 큰 상관은 안 합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먼저 왔다"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 대사 역시 은근히 재수가 없습니다. 선주민과 관련된 이 영화의 모든 묘사가 그렇듯이요.

영화가 시작되면 록하트는 웨거먼 집안과 계속 얽힙니다. 일단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에릭의 조카 바바라와 썸을 탑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아주 심각할 수 없는데, 바바라가 에릭의 목장 관리자인 빅 한스브로와 약혼한 사이거든요. 록하트는 마을을 떠나기 전에 근처 소금밭에서 소금을 싣는데, 에릭의 아들 데이브 웨거먼이 록하트를 소금 도둑으로 몰아붙이며 마차를 태우고 노새들을 죽이고 록하트에게 심각한 모욕을 줍니다.

장르 규칙 안에서 보면 데이브는 척 봐도 죽어 마땅한 악당입니다. 그런데 좀 애매합니다. 영화 클라이맥스에 총격전으로 죽을만한 무게가 없습니다. 게다가 에릭과 빅이 이 상황을 비교적 상식적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데이브는 여전히 끔찍하지만 록하트가 웨거먼 집안 전체와 싸워야 할 이유는 없죠.

록하트가 마을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 원래부터 있었던 웨거먼 집안의 갈등이 드러납니다. 무능한 망나니인 데이브와는 달리 빅은 유능한 일꾼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에릭으로부터 친아들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그게 진짜 친아들이라는 건 아니죠. 게다가 에릭은 자꾸 외지에서 온 누군가가 데이브를 죽이는 꿈을 꿉니다. 이런 꿈을 꾸면 록하트가 염려될 수밖에 없죠. 여기서부터 영화는 조금씩 신화적인 무게를 갖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리어왕]에 비교한다더군요. 비교될만한 부분들이 여기저기 조금씩 있긴 합니다.

그러는 동안 록하트는 에릭과 경쟁관계에 있는 케이트 캐내디의 도움을 받습니다. 케이트는 젊었을 때 에릭과 약혼한 사이였지만 에릭은 케이트를 차고 데이브의 엄마와 결혼했지요. 케이트는 영화의 멜로드라마적인 결말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이 여자들이 없었다면 록하트는 그냥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여자들의 비중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닙니다. 스타 캐스팅도 하고 있지 않고요. 원작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바바라의 캐릭터는 훨씬 강인한 서부여성이라고 하는데.

후반에서 영화는 '아파치에게 연발소총을 판 배신자이며 내 동생을 죽인 원수인 악당을 죽여라!'라는 서부극 장르의 논리와, 에릭이 어리석은 가부장 역할을 하는 가족 드라마 사이를 오가면서 스토리를 짭니다. 이 둘은 합이 아주 잘 맞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재미있는 복잡성을 만들어 갑니다. 예를 들어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인 데이브는 비교적 일찍 퇴장하지요. 그렇다면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은 흔한 총격전보다 재미있겠죠.

아, 그리고 아파치 사람들. 이들은 계속 언급되지만 후반까지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싸우지도 않고요. 코로나도의 백인들이 분주하게 지지고 볶고 싸우는 동안, 이 사람들도 자기만의 드라마를 갖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23/11/26)

★★★☆

기타등등
제임스 스튜어트는 자기가 출연한 서부극 중 이 영화를 가장 좋아했다고 합니다.


감독: Anthony Mann, 배우: James Stewart, Arthur Kennedy, Donald Crisp, and Cathy O'Donnell, Aline MacMahon 다른 제목: 라라미에서 온 총잡이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8342/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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