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 (2023)

2023.11.29 22:58

DJUNA 조회 수:2320


[싱글 인 서울]에서 두 배우 임수정, 이동욱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제작사인 명필름입니다. 그러니까 감독 박범수의 전작 [레드카펫]보다 이전 명필름 영화인 [건축학개론]과의 더 연결성이 잘 보이는 영화입니다. 실제로 [건축학개론]을 연상시키는 대사나 설정이 나오기도 하고요. 게다가 명필름 사무실이 파주에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출판업계가 배경인 이 영화와 지리적 연관성도 생기죠.

[건축학개론]보다는 훨씬 가벼운 영화입니다. 십여년 전엔 꽤 많았던 직장여성 주인공의 로맨틱 코미디죠. 이 영화의 주인공 현진은 출판사 편집자입니다. 이 출판사에서는 [싱글 인...]이라는 제목의 도시에 사는 독신자들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서울 파트를 쓰는 작가가 덜컥 임신하게 되자,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작가를 찾아 나섭니다. 편집장이 논술강사이고 SNS 인플루언서인 영호를 작가로 데려오는데, 알고 봤더니 현진은 영호의 대학 후배였던 거죠.

여기서부터 일은 잘 하지만 연애가 서툰 여자가 뻣뻣하기 그지 없는 남자와 썸 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그 과정 상당수는 당연히 코믹하고,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는 관객들은 약간의 공감성수치를 각오해야하는 그런 소동들이 펼쳐집니다. 단지 이 모든 건 책을 만든다는 일과 연결되어 진행됩니다. 기획을 하고 작가를 섭외하고 원고를 쓰고 피드백을 하고 편집을 하고 교정을 보고 책을 내고 홍보를 하고 독자 리뷰를 확인하고 진짜 독자로부터 감상을 듣고 새로운 기획을 할 때까지의 과정이 꽤 상세하게 펼쳐지고 이게 사실은 두 주인공의 연애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 영화에서 연애는 좀 맛만 보는 단계에서 끝나거든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국면전환은 영호의 첫사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잠시 나오는 회상장면에서 그 첫사랑을 이솜이 연기하고 있으니 그 뒤에 조금 더 큰 일로 번질 거라는 건 다들 짐작할 수 있지요. '첫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첫사랑 상대와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주제이며, 계속 말하지만 [건축학개론]과 직접 이어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단지 11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영화는 2021년에 크랭크업했지만) 영화는 [건축학개론]의 비겁함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더 말랑하고 안전한 영화가 되긴 했어요.

원래는 남성주인공 각본이었다고요. 제목도 [싱글맨]이었다고 합니다. 하긴 가장 중요한 사건이 영호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독신의 설정이 중요한 것도 영호뿐이며, 영호와의 관계를 제외하면 현진의 사생활에서 특별히 중요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원본에서 현진의 분량을 늘렸다는 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현진 중심으로 보는 게 부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일단 책을 만드는 이야기 자체의 비중이 늘었어요. 게다가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갖고 작업하는 것이 일인 편집자가 과거 사연의 주인공이 아닌 건 오히려 자연스럽지요. (23/11/29)

★★★

기타등등
얼마 전에 세상을 뜬 김미수 배우가 이동욱 캐릭터의 전여친 중 한 명으로 나옵니다.


감독: 박범수, 배우: 임수정, 이동욱, 이솜,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 다른 제목: Single in Seoul

IMDb https://www.imdb.com/title/tt2946609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6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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