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Kaibutsu (2023)

2023.11.30 21:34

DJUNA 조회 수:3957


고레에다 히로가츠는 주로 자기 각본으로 작업을 했지만, 이번 영화 [괴물]의 각본가는 사카모토 유지입니다. 그리고 이 각본이 굉장히 촘촘한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라, 고레에다가 이전 영화에서 했던 자연스러운 어린이 배우 연기지도는 할 수 없었다고 해요. 대사 같은 걸 보면 그 차이가 보이는데, 그렇다고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가 나빠졌거나 좋아졌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3부로 나뉩니다.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반복해 보여줍니다. 영화는 교통정리를 위해 시간대를 보여주는 큐를 두 개 주는데, 하나는 도입부의 화재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각각 에피소드 후반에 나오는 브라스 연주입니다.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사오리입니다. 언젠가부터 아들 미나토에게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아차린 사오리는 담임인 호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호리 입장에서 같은 사건의 다른 면을 보게 됩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사건의 중심인 미나토와 미나토의 친구 요리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앞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퍼즐 상당수가 맞춰집니다.

각본가의 기교와 기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이번 칸에서 각본상을 받기도 했지요. 이건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됩니다.

일단 이런 구조를 통해 영화는 그냥 진상만 순서대로 보여줄 때보다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계속 새로운 정보를 주며 관객들이 처음에 가졌던 캐릭터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는 구조를 통해 단선적인 서술구조로는 할 수 없는 주제를 주기도 하고요. 이 분리를 통해 영화가 다룰 수 있는 스타일과 장르가 더 넓어지기도 했습니다.

단지 목표에 100퍼센트 도달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3부는 이런 구조에서 오히려 덕을 덜 보는 편입니다. 이미 포스터 자체가 스포일러잖아요. 이미 장르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포스터를 보지 않고도 아이들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퀴어 팜 수상작이에요.) 그리고 사전 정보 없이 보면 가장 강렬한 건 1부라서, 약간 내리막이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1부에서 이어지는 2부는 구성상 좀 변명 같은 느낌이 묻어 있고요. 이 구성 때문에 너무나도 선명한 분노와 공포로 시작된 이야기가 타협적인 방식으로 좋게 좋게 끝났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전히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존재하고, 영화가 거기에도 사연을 주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적 재미와 감흥을 놓고 보면 저 단점들은 비교적 작습니다. 일단 이 구조가 보여주는, 사소한 유언비어들이 조금씩 쌓여가며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게 편견으로 이어지는 묘사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르적이라고는 했지만 3부에서 하는 전통적인 멜로드라마의 힘은 여전히 강합니다. 그리고 일단 어린이 배우들의 힘이 압도적이라 트집잡기가 어렵지요. 3부가 구조의 덕을 덜 보는 편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1, 2부에서 무심하게 던져진 대사나 행동이 의미를 갖고 날아드는 순간의 아픔이 덜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의 갑갑함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게 갖고 있는 장점들이 많으면 넘어갈 수도 있죠. (23/11/30)

★★★☆

기타등등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1부의 교무실 묘사였습니다. 보통 교장과 선생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등 뒤에 기생 외계인들이 붙어 있지 않던가요.


감독: Hirokazu Kore-eda, 배우: Sakura Ando, Eita Nagayama, Soya Kurokawa, Hinata Hiiragi, Yūko Tanaka, 다른 제목: Monst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2373604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9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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