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렌의 결혼 (2023)

2023.12.17 22:59

DJUNA 조회 수:1114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이야기를 믿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올 때가 있는데, [체포왕]의 감독 임찬익의 신작 [다우렌의 결혼]에서는 그 순간이 거의 도입부에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조연출인 남자 주인공 승주가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한 노트를 잃어버리고 대신 축구선수 이름을 자막에 넣는 장면이에요. 어떻게 이런 거짓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죠? 인터넷에 이름이 뜨는 축구선수라면 대부분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상식적으로 누군가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어요.

하여간 승주는 세계의 결혼 시리즈의 일부인 고려인 결혼식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카자흐스탄으로 갑니다. 그런데 연출을 맡기로 한 고려인 감독 박유라가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승주는 동료와 함께 결혼식이 열리는 마을로 가지만 이미 결혼식은 끝났어요. 제작비는 모두 유라의 치료비로 댔고요. 어쩔 수 없이 고려인 감독 고향 마을에 간 이들은 유라의 삼촌 게오르기와 함께 계획을 세웁니다. 마을에서 가짜 결혼식을 연출에서 찍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승주는 마을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한 아지나를 끌어들입니다.

그 뒤에 일어나는 일들은 축구선수 이야기보다 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 승주는 자신이 신랑 역할을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미 업계에 얼굴이 알려져 있는 사람이 이렇게 카메라 앞에 나오면 금방 들통나지 않나요? 게오르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승주를 다우렌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데, 누가 봐도 그냥 한국 사람이고 이 지역 말을 거의 못하는 사람을 이렇게 부르면 그냥 이상하잖아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결혼식이 끝난 뒤 아지나가 어떻게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이 모든 건 좋은 코미디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상황만큼 좋은 코미디 재료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걸 얼렁뚱땅 넘겨 버립니다. 위에 나온 설정 중 어느 것도 발전되는 게 없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이라는 제법 중요한 주제와도 연결되는데도요.

결국 남는 것은 로맨스입니다. 소재를 대충 다룬 결과 모든 재료들의 가능성이 다 휘발되고 남은 건 '카자흐스탄에 갔더니 경치 좋고, 음식도 맛있고, 거기서 만난 여자분이 참 예쁘고 좋았더라'의 인상뿐이니까요. 하지만 이게 또 의미있는 로맨스로 발전하려면 그 예쁜 여자분이 입체성과 무게감을 가져야 하는데, 이 영화의 아지나는 한국 남자가 본 예쁜 외국인 여성에 머뭅니다. 설정은 많은데 이게 캐릭터로 연결되지가 않아요. 이러면 곤란하죠. (23/12/17)

★★

기타등등
승주는 갈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어합니다. 그렇다면 영화 후반에 나오는 길쭉한 은빛 물고기들은 갈치겠죠. 하지만 갈치는 서서 헤엄치는 종이 아니던가요.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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