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여인들과 1건의 살인]은 1950년대 이탈리아의 외딴 저택에서 시작됩니다. 그 집 장녀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족과 보내기 위해 집을 찾아요. 집에는 엄마, 외할머니, 동생, 막 들어온 하녀가 살고요. 그런데 아빠가 등에 칼이 박힌 시체로 발견되고 눈으로 길이 막혔습니다. 이 때 아빠의 애인이라는 여자가 눈보라를 뚫고 집을 찾아옵니다.

익숙한 설정이라고 생각되신다면, 맞습니다. 프랑수아 오종의 [8명의 여인들]의 리메이크예요. 정확히 말하면 오종이 원작을 가져온 로베르 토마의 희곡이 원작이겠죠. 검색해 보니 토마의 이 희곡은 1957년에 처음으로 영화화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최소한 3개의 영화 각색물이 있고 그 외에도 꽤 여러 편의 텔레비전 각색물이 있는 셈인데, 어느 게 가장 원작에 가까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뮤지컬은 아닙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무대는 이탈리아고요. 아빠의 동생은 아빠의 애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제목에서 나왔지만 여자가 8명에서 7명으로 줄었어요. 하녀와 요리사가 하나로 합쳐졌지요. 전체적으로 오종의 영화보다 덜 게이스러운데, 그건 원작에 더 가깝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종의 영화는 특별한 각색물로 여겨집니다.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도입해 자기만의 영화를 만들었고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쟁쟁한 캐스팅을 자랑하죠. 이번 이탈리아 영화는 여기에서 경쟁이 안됩니다. 일단 뮤지컬과 같은 특별한 장치 같은 게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을 몰라요. 생각해 보니 제가 지금 활동하는 이탈리아 여자 배우 이름을 일곱 개 이상 읊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피아 로렌을 넣으면 반칙이 될까요. 얼마 전에 주연작이 하나 있었는데.

특별함은 없지만 재미가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뮤지컬이 빠지고 사람도 한 명 줄자 속도가 붙었죠. 그리고 로베르 토마의 원작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연극적인 재미가 이 영화에서도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배우들이라고 했지만 다들 몇 분 만에 쉽게 구별이 갔고 앙상블은 생기 넘쳐요. 이번 각색은 결말을 조금 덜 감상적이고 화기애애하게 끝냈는데 그것도 괜찮은 거 같아요. 단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영화는 아닌 거 같습니다. 그냥 있어도 되는 영화인 거죠. (23/12/21)

★★☆

기타등등
1.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2. 택시 기사로 나오는 배우는 이 영화의 감독입니다.

3. 영화를 다 본 뒤 배우들의 경력을 검색해봤는데, 외할머니로 나오는 오르넬라 바노니는 제가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목은 늘 헛갈려도 무슨 곡인지는 아는 수많은 고전 칸초네를 부르신 분이에요. 단지 그 동안 이름을 까먹었고 몇 가지 당연한 이유로 얼굴을 구별하지 못했을 뿐이죠.


감독: Alessandro Genovesi, 배우: Margherita Buy Ornella Vanoni Micaela Ramazzotti Sabrina Impacciatore Luisa Ranieri Diana Del Bufalo Benedetta Porcaroli Marco Rossetti Alessandro Genovesi Luca Pastorelli 다른 제목: 7 Women and a Murd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206378/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6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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