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비키니 (2011)

2011.08.06 21:14

DJUNA 조회 수:13394


한국어 제목은 그냥 [에일리언 비키니]지만, 이 영화의 원제는 영어 제목 [Invasion of Alien Bikini]라고 봐야 합니다. 시선도 끌고 잘 팔릴 것 같은 단어들을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의미를 생각하는 건 나중이고. 사실 이 영화엔 비키니가 나오지도 않아요. 여자주인공이 상당 분량을 속옷차림으로 연기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럴싸한 제목이 아닌가요?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면 여러분은 제가 90년대에 잠시 유행했던 비디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거든요. 남자 주인공 영건은 밤마다 콧수염을 붙이고 악의 무리를 응징하러 다니는 자칭 도시 지킴이입니다. 어느 날 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여자 한 명을 괴롭히는 걸 목격한 그는 남자들을 무찌르고 여자를 자기 집에 데려옵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사실 외계인, 보다 정확히 말하면 외계인을 품은 지구인 숙주로 종족을 구할 숫총각의 정액이 필요하죠. 여자는 동침을 요구하지만 영건은 순결서약을 깰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남은 러닝타임 내내 SM 섹스 코미디로 진행되어야 할 이야기인데, 영화의 내용과 장르폭은 예상 외로 넓습니다. 그리고 그것들 모두 상당히 잘 통제되어 있어요. 초반의 액션 장면은 훌륭하고, 중반 코미디도 괜찮습니다. 진짜로 놀라운 건 후반으로 넘어가면 더 이상 이 영화가 자신이 어떤 장르로 시작했는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막 나간다는 거죠.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거의 호러에 가까우며 내용의 톤도 컴컴합니다. 몇몇 장면들은 그냥 불편하고요. 영화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전환하자, 해석이 헛갈리고, 뭔가 여분의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죠. 진짜로 그런 깊이가 있느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겠지만.


[이웃집 좀비]의 키노 망고스틴 팀이 만든 신작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극저예산 영화입니다. 총제작비 500만원, 캐논 5d mark II 하나를 달랑 들고 밤거리와 감독의 집에서 영화 대부분을 찍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민과 같은 이름 있는 스타가 조연으로 출연했던 건 [남자의 자격] 미션 때문이라는 건 다들 아실 거고. (11/08/06)


★★★


기타등등

감독은 아직 이사를 안 갔다고 합니다. 어떻게 용하게 지금까지 버텼는데, 그래도 올해는 집이 헐릴 것 같다는군요. 후속작인 [영건 인 더 타임]에도 그 집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감독: 오영두, 배우: 홍영근, 하은정, 조훈영, 김성민, 다른 제목: Invasion of Alien Bikini


IMDb http://www.imdb.com/title/tt185557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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