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바 Zalava (2021)

2022.07.25 13:34

DJUNA 조회 수:1574


아살란 아미리의 [잘라바]는 혁명 전인 1978년 이란 쿠르디스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잘라바는 그 마을의 이름이고요. 쿠르디스탄에서 찍은 첫 장편영화이고 감독 역시 쿠르디스탄 출신이라고 해요.

이성과 미신의 대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잘라바는 어처구니 없는 미신이 횡행하는 곳입니다. 그 중 관객들 눈에 가장 한심해 보이는 것은 마귀에 씌였다고 의심받는 마을 주민의 다리를 총으로 쏘는 것이죠. 시골이고 병원도 많지 않아 그 때문에 다리를 잃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고요.

주인공인 마수드는 헌병대 상사로,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이 짜증나는 미신과 맞서 싸우는 중입니다. 마을의 총기를 압수하고 퇴마하려 온 무당 아마르단을 체포하지요. 이 모든 건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총기 사고가 나면 원인을 제거하고 악마를 유리병에 가두었다고 떠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사기꾼이라고 의심을 해야죠. 단지 여기엔 사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결국 영화, 그것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거든요. 현실세계와는 달리 마을 사람들의 미신이 사실이고 마귀가 정말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정답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아마 마귀 같은 건 없겠지요. 그런 게 없어도 충분히 기능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회색지대가 만들어집니다. 마수드와 같은 회의주의자도 심지어 여기에 말려듭니다. 다들 악마가 들어있다고 믿는 텅 빈 유리병이 여러분 옆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은 마음 편하게 그걸 열 수 있겠습니까.

결국 이성과 미신의 대립으로 보여지던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한 방향으로 옮겨갑니다. 미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에게 이성적인 사고를 강제로 주입하는 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마수드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영화 속에서 하는 일들은 모두 나쁘게 끝납니다. 마수드보다 더 이성적이어야 할 정부 파견 의사 멜리헤는 오히려 이들의 믿음을 존중하려 하는 쪽이죠. 아마 멜리헤는 비슷비슷한 사람들과 섞이면서 이런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있었을 겁니다.

이 정도면 장르 영화의 탈을 쓴 사회파 영화가 아닌가, 의심하실 수 있는데, [잘라바]는 의외로 알찬 호러/서스펜스물입니다. 이란 영화니까 아주 선정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제한된 설정을 전통적인 도구를 이용해 굴리는 실력은 정말 경탄스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새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전통적인 할리우드 영화 같아요. 샘 페킨파나 존 카펜터 같은 사람들이 1970년대에 만들었을 것 같은 영화를 상상해보세요. 하긴 이란 사람들이라고 늘 우리가 생각하는 이란 영화만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22/07/25)

★★★☆

기타등등
굉장히 연기 잘 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옵니다. 호러 영화지만 안 죽어요.


감독: Arsalan Amiri, 배우: Navid Pourfaraj, Pouria Rahimi Sam, Hoda Zeinolabedin, Baset Rezaei, Mahsa Hejazi

IMDb https://www.imdb.com/title/tt1361758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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