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유령들 Lonesome Ghosts (1937)

2023.10.30 23:47

DJUNA 조회 수:957


영화를 보는 경험은 주로 극장 스크린이나 텔레비전 화면을 통하기 마련이죠. 다른 경로도 있냐고요? 있어요. 예를 들어 전 [티티카카 호수]라는 도널드 덕 단편을 집에 있던 8밀리 영사기를 통해 처음 보았습니다. 이건 그래도 정상적이죠. 하지만 전 오늘 다룬 [외로운 유령들]이라는 영화는 정말 이상한 경로를 통해 처음 봤어요. 피셔 프라이스에서 나온 무비 뷰어라는 장난감을 아세요? 한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한쪽 눈으로 렌즈를 들여다보면서 크랭크를 돌리면 카트리지의 영화가 재생되는 장난감이었지요. 명절 때 친척 집에서 그걸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건 편집되고 소리가 안 나는 버전이었어요. 하지만 중간에 정지시킬 수 있고, 속도를 바꿀 수 있고, 거꾸로 돌릴 수도 있었지요. 굉장히 이상하게 시네마틱한 경험이었어요.

월트 디즈니가 아직 직접 미키의 목소리를 연기하던 시절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첫 위대한 성취를 앞둔 때 나왔지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개봉 몇 주 전에 나왔거든요.

영화 제목의 '외로운 유령들'은 버려진 저택에 사는 유령들입니다. 사람들을 다 겁을 줘서 쫓아 버렸기 때문에 다들 심심해 해요. 그러다 이들은 신문에서 에이잭스 유령 퇴치 회사의 광고를 봅니다. 그리고 광고에서 본 전화번호로 귀신 퇴지 의뢰를 합니다.

에이잭스 유령 퇴치 사냥꾼들이 도착합니다. 미키, 도널드, 구피죠. 당연히 이 삼총사는 광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유능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짖궂은 유령들이 이 세 주인공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놀려대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어요. 그래도 후반엔 상황을 뒤집는 반전이 있습니다.

많이들 [고스트 버스터즈]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귀신을 퇴치하는 전문가들이 나오는 코미디잖아요. [고스트 버스터즈]를 연상시키는 대사 같은 것도 많이 나오고. [고스트 버스터즈] 이전에 비슷한 방식으로 귀신과 귀신 퇴치 전문가를 다룬 코미디가 이 영화 하나 뿐은 아니었을 거예요. 유령은 영화 탄생 초창기부터 인기있는 소재였고요. 하지만 [고스트 버스터즈]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코미디로는 이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둘을 비교하면 [외로운 유령들]이 압승입니다. [고스트 버스터즈]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어요. 적어도 더 덩치 큰 프랜차이즈죠. 하지만 이 시리즈에 속한 작품들은 대체로 80년대에 기반을 둔 투박하고 좀 천박한 유행에 바탕을 두고 있는 덜컹거리는 영화들이죠. 하지만 [외로운 유령들]은 천진난만하고 고풍스럽더라도 그 틀 안에서 완벽하거든요. (23/10/30)

★★★★

기타등등
디즈니 플러스에 있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 구글에서 피셔 프라이스 무비 뷰어를 검색하는 중입니다.


감독: Burt Gillett, 배우: Billy Bletcher, Pinto Colvig, Walt Disney, Clarence Nash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2916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