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1 21:15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은 코로나 시기에 만들어진 이광국의 신작입니다. 전작들도 특별히 대자본 영화는 아니었는데,
이 영화는 진짜 간소합니다. 일단 이름을 알 법한 배우들이 안 나오죠. (캐릭터와 이름이 같은) 배우들 대부분은
이광국의 제자인 모양으로, GV에서도 계속 이광국을 감독님 대신 교수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게다가 감독이
촬영과 편집도 혼자 한 모양이에요.
룸메이트인 두 주인공이 동해로 일출을 보러 갑니다. 깜빡 졸아서 일출은 놓치고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다가
헤어집니다. 시간 많고 오지랖이 넓은 백수인 두 사람은 각자 그 동네에 사는 여러 사람들과 엮이게 됩니다.
그 여러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들입니다. 이상하게도 이들이 간 세계에는 남자들이 잘 안 보입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NPC처럼 대사 없이 주인공 근처를 지나가거나 장식물처럼 앉아 있을 뿐입니다.
이 세계엔 정말 남자 캐릭터가 없나?라는 의심이 드는 순간, 대사도 있고 얼굴도 있는 남자가 한 명이 등장하는데,
그 때 영화의 분위기가 정말로 안 좋아집니다.
다들 이광국의 전작보다 평이하다고들하는데, 이 사람 특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스러운 미로 감각은
남아 있습니다. 전작들처럼 서술 방식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이광국의 개성에서 벗어난 영화는 아니라는 거죠.
이야기의 겹을 만들어내는 화자들은 없지만 두 주인공들이 분주하게 동해시를 오가며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미로는 매우 이광국스러우며, 대놓고 이상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싱크로니시티로 은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풍깁니다.
이광국 영화 중 가장 주인공들의 나이가 어려요. 그리고 모두 여자들이니, 캐릭터들이 감독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영화죠. 그 때문에 영화는 종종 연상의 어른이 요새 젊은 아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 때문에 이광국 유니버스에서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생각과 행동들이
조금 튄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건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데, 제가 같은 날 본 [지옥만세]의
생생한 묘사와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22/12/31)
★★★
기타등등
코로나 반영 영화입니다. 턱스크 장면이 많이 나와 걸리긴 하지만.
감독: 이광국,
배우: 여설희, 우화정, 서지안
다른 제목: A Wing and a Pray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2208451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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