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잉 업 Showing Up (2022)

2023.09.06 13:22

DJUNA 조회 수:1313


켈리 라이카트의 [쇼잉 업]은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입니다. 작년에 칸에서 상영되었고요.

몇 가지 이유로 [잔느 딜망]과 비교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잔느 딜망]처럼 하드한 영화는 아니에요. 러닝타임도 매우 정상적인 108분. 하지만 일상을 다루는 방식에서 유사성 같은 게 보입니다. 그게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더라도요.

영화의 배경은 오레곤 예술 공예 대학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리지는 이 학교를 졸업한 조각가로, 대학교수인 어머니를 위해 행정 보조로 일하면서 마감이 며칠 남지 않은 전시회를 위해 조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리지의 이웃인 조 역시 미술가인데 역시 전시회를 준비 중이고요.

영화는 리지의 전시회가 열리면서 끝이 나는데 그러는 동안 여러 일들이 일어납니다. 리지의 고양이가 사냥해 온 비둘기를 풀어줬는데 조가 그 새를 다시 구출해서 치료를 해준다거나. 한동안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좀 맛이 가 보이는 리지의 오빠나, 이상한 사람들을 집에 들이는 리지의 아버지의 이야기도 있고. 그리고 얼마 전부터 집에 뜨거운 물이 안 나와요.

라이카트의 전작들에서 볼 수 있는 그 억눌린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 걸 보여주는 게 의도도 아니고요. 일단 리지는 라이카트 주인공 중 가장 안전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살고 있어요. 마감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죠. 집에 뜨거운 물이 안 나오면 당연히 불편하고. 하지만 대단한 경제적 문제도 없고 업계의 인정도 받고 있는 조각가이니 상대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어요.

하지만 이 평범함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예술 창작의 신화를 깨는 것이거든요. 예술가의 작업은 달빛의 영감과 같은 로맨틱한 자극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다른 노동처럼 일상 속에서 꾸준한 루틴을 통해 진행되는 거죠. 그 결과물 역시 극적인 실패작이나 성공작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영화가 다른 예술가 이야기에선 편집할 일상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거예요. 창작의 영감을 주건, 주지 않건, 그건 예술가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일부입니다. 그리고 아마 라이카트는 당사자로서 여기에 대해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자격이 있겠죠. (23/09/06)

★★★☆

기타등등
리지의 작품은 신시아 라티의 작품이라고요.
https://www.cynthialahti.com/


감독: Kelly Reichardt, 배우: Michelle Williams, Hong Chau, Maryann Plunkett, John Magaro, Andre Benjamin, James Le Gros, Judd Hirsch,

IMDb https://www.imdb.com/title/tt13923216/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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