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 저주의 아이 Minna no Uta (2023)

2023.10.07 13:33

DJUNA 조회 수:1179


[사나: 저주의 아이]를 보았습니다. 보기 전 제가 알고 있었던 건 [주온] 시리즈의 시미즈 다카시가 만든 신작이고 몇개월 전 부천에서 상영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사전정보를 조금 더 갖고 봤다면 좋았을까요. 그랬을 수도 있고.

30년 청취자가 보낸 카세트테이프가 뒤늦게 발견되었는데, 그 뒤로 방송국 관계자와 당시 방송국에 있었던 남자 아이돌 한 명이 실종되었다는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콘서트가 3일 남았기 때문에 소속사에서는 탐정을 고용합니다. 3일 안에 아이돌을 찾으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기한을 넘기면 한푼도 못 받습니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탐정을 걱정하게 돼죠. 누가 봐도 이건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호러물인데 탐정은 과연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전정보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했죠? 일본대중음악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전혀 없었던 제가 몰랐던 게 하나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제너레이션즈는 실제 그룹이고 멤버들이 모두 자기 자신을 연기하고 있었다는 거죠. 이 영화 자체가 제너레이션즈 그룹의 1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돌 굿즈인 것입니다. 제가 이 그룹을 알고 있었거나 팬이었다면 영화를 진지하게 못 봤을 거 같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웃느라 정신을 못차렸을 거예요. 하지만 전 영화를 긴가민가한 상태로 봤어요. 아마 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하긴 영화는 좀 중년남자의 남돌 경험기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중년의 탐정 선생은 감독의 자캐인 거죠. 비슷비슷한 멤버들을 구별하지 못해 헛갈려 하기도 하고, 자기 귀에 괜찮은 노래가 들리면 선심 쓰며 칭찬하기도 하고.

이런 영화가 가질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탐정선생이 경험하는 것이기도 해요. 팀과 멤버들에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멤버들을 구별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라면 이 제너레이션즈라는 팀의 멤버들에게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나긴 어려워요. 이 영화에서 정말로 나쁜 일은 대부분 30년전, 그러니까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카세트 테이프를 만든 무시무시한 고등학생 사나의 시대에 일어납니다. 알고 봤더니 탐정선생은 사나와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이라는 설정입니다만. 이 과거와 관련된 파트는 여러 모로 [주온]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시간이 뒤틀린 일본식 단독주택이 나오고, 토시오라는 남자애도 나오고.

호러영화로서 영화는 많이 밍밍합니다. 시미즈 다카시 영화와 아이돌 굿즈 영화가 섞여 있는데, 아이돌 굿즈 영화는 열심히 시미즈 다카시 영화를 흉내내지만 아무래도 좀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돌과 열심히 놀아주는 시미즈 다카시 영화도 아이디어 같은 게 많이 부족해요. 몇 안 되는 점프 스케어 장면 중 하나를 마리오 바바의 모 고전 영화에서 재해석 없이 그대로 뜯어와 쓰는 건 솔직히 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닙니까. 시미즈 다카시도 나름 장르 거장인데요. (23/10/07)

★★

기타등등
1. 엔드 크레딧이 끝나고 쿠키가 있어요. 그리고 그걸 봐야 영화가 완전히 끝나요.

2.트위터에서 검색해 보니, 팬들은 제너레이션즈가 아이돌이 아니라고 열심히 항변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럼 뭐죠.


감독: Shimizu Takashi, 배우: Alan Shirahama, Ryota Katayose, Komori Hayato, Reo Sano, Mandy Sekiguchi, Nakatsuka Yuta, Ryuto Kazuhara, Akari Hayami, Tomoko Hoshi, Makita Sports, Hana Amano, Marika Yamakawa, 다른 제목: Sana

IMDb https://www.imdb.com/title/tt27671691/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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