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2 23:35
감독마다 기대하는 게 다르잖아요. 그리고 전 이광국의 영화에서 이야기의 재미를 기대합니다. 적어도 그의 전작들은 모두 재미있었거든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도 재미있었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줄 알고 그러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신작인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서는 그 재미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못 만든 영화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재미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과 이야기 자체가 너무 익숙했어요. 거의 식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남자주인공 경유부터가 친숙한 인물입니다. 여자친구 집에 얹혀 지내는 실패한 소설가 지망생이에요. 낮 직업은 잘리고 대리기사 노릇을 하면서
간신히 먹고 살고 있죠. 나중엔 그 집에서도 쫓겨난 그는 영화 내내 징징거립니다. 난 재능도 없고 미래도 없어. 손님들은 다 재수없는 인간들이야.
얼마 전부터는 발기도 안 돼.
그러던 그는 옛날 여자친구 유정을 만납니다. 유정은 경유와는 달리 등단했고 작가 소리를 듣고 있죠. 하지만 마감이 지난 뒤에도 의뢰 받은 단편을
한 줄도 쓰지 못해 미칠 지경입니다. 전 당연히 경유보다 유정이 궁금해요. 구체적인 목표와 위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유정은 경유와 함께 있을
때에만 간신히 이야기를 부여받습니다. 전 이 우선순위를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경유의 징징거림을 그렇게 오래 들어서 뭐하겠습니까?
제목의 호랑이는 뭐냐고요. 진짜 호랑이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에 동물원에서 탈출했대요. 당연히 전 이 호랑이가 전작에서 익숙했던
환상적인 이광국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그냥 경유로 대표되는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공포와 불안이라는
익숙한 상징으로 존재할 뿐이에요. 전 진심으로 마지막에 호랑이가 경유를 잡아먹길 바랐습니다만...
(17/12/02)
★★☆
기타등등
고현정이 문근영을 얼마나 닮았는지 잊고 있었어요.
감독: 이광국, 배우: 이진욱, 고현정, 김예은, 서현우, 류현경, 이상희, 다른 제목: A Tiger in Winter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A_Tiger_in_Winter.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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