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살인 (2013)

2014.03.14 23:39

DJUNA 조회 수:7627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러갔기 때문에, 전 김준권의 [고스톱 살인]이 크리스티의 [테이블 위의 카드] 스타일의 정통 추리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걱정도 좀 했어요. 전 고스톱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니까요.

다행히도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고스톱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헛갈릴 수도 있지만 곧 게임 규칙 자체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는 게 명백해지죠. 여기서부터 영화는 급격히 방향 전환을 하고 전 여기서 살짝 놀랐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예상되었던 것처럼 추리물이 아니라 초자연현상을 다룬 판타지였어요.

이렇게 됩니다. 승마장 구석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고스톱을 치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갑자기 죽자 승마장에서 일하는 상이라는 청년이 그 빈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멤버 중 한 명인 안교수라는 수학자가 상이에게 사기 도박을 제안하고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안교수의 계획이 좀 이상합니다. 안교수나 상이가 돈을 따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그들과 아무 상관없는 멤버인 최여사를 배려하는 것 같단 말이죠.

마침내 안교수가 털어놓은 진상은 단순하지만 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안교수는 최여사의 패에 누군가의 주민등록번호가 뜨면 그 사람은 예외없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누가 죽는가만 관찰해왔지만 상이와 동맹을 맺은 뒤로는 게임을 통제해 구체적인 사람을 죽이는 단계까지 왔던 겁니다. 그리고 이제 상이에게도 그 능력을 이용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박꾼들에 대한 사실적인 범죄물인 척 해왔던 것이 갑자기 미친 과학자가 등장하는 판타지/SF가 되었으니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질서정연하게 흐르기 시작해요. 적당히 관객들의 소망성취를 자극하는 또다른 종류의 게임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초능력 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은 정작 초능력자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초능력자의 힘을 자기 목적에 맞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죠. 그 때문에 이 영화의 초능력 장면은 순진한 아줌마를 속여먹으려는 사기꾼들의 밀당 행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종종 잔인무도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종종 코미디로 넘어가죠.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거칠거칠합니다.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하나 잡고 게임의 재미를 확실하게 뽑으면서 만족스러운 페이스로 전진하긴 하는데, 심리묘사가 거칠고 유머가 제대로 통제되어 있지 않아요. 종종 설정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뽑아내길 주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계획이 극단적인 비약을 하는 결말 부분에서는 논리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는데, 이건 조금 더 공을 들여 처리를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고스톱 살인]은 재미있는 오락영화입니다. 그리고 모범적인 'PIFAN' 영화지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굵직한 아이디어 하나만을 들고 전력질주하는 극저예산 장르 영화인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영화 대부분 먹혀요. 조금 더 섬세하길 바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유쾌한 경험이죠. (14/03/14)

★★★

기타등등
지금처럼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말 최여사와 같은 초능력자가 있다면 끔찍하겠죠?


감독: 김준권, 출연: 이승준, 김홍파, 권남희, 송영재, 오대환, 다른 제목: Go, Stop, Murder

IMDb http://www.imdb.com/title/tt310110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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