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2013)

2014.04.12 02:05

DJUNA 조회 수:9228


은주, 민재, 은호는 재혼한 부모 때문에 남매가 되었습니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죽자 이들은 보험금을 펑펑 쓰며 대책없이 살아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누나 은주가 1억원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자, 민재는 고물자동차를 끌고 누나를 꼭 닮은 여자가 찍힌 동영상 속의 마트를 찾아 길을 나섭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죠. 하지만 차 뒤에는 동생 은호가 몰래 타 있었고 누나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합니다.

이유빈의 [셔틀콕]은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근친 로맨스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 연속극이 좋아하는 소재죠. 하지만 영화는 보다 은밀한 경로를 따릅니다. 보도자료의 도움을 받아 위에 제가 간단히 설정을 요약해놓았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은주와 민재가 남매 사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둘은 그냥 커플처럼 보여요. 세 주인공들이 어떤 관계인지 완전히 밝혀지려면 몇십 분이 더 필요합니다. 느릿느릿한 교통정리가 끝나면 더 이상 충격도 없지요.

미성숙한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민재의 여정은 길고 고통스럽지만 과연 이것이 성장통인지는 모르겠어요. 이들은 영화가 끝날 무렵에도 여전히 대책없고 갑갑해보입니다.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심각하게 자극할 정도죠. 민재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아직 초등학생인 은호는 어쩌고요? 무엇보다 이들의 감정은 철저하게 안으로만 향합니다. 이들의 유사근친상간적인 관계는 센세이셔널한 자극보다는 주인공들의 미성숙함을 보여주기 위한 창처럼 보여요.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참으로 대책없는 아이들이 나오는 암담한 영화지만, 영화는 그런 어두움 안에서 화법과 캐릭터의 재미를 찾아냅니다. 무엇보다 막내동생 은호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지요. 처음에는 지나치게 귀여운 척하는 영화 속 아이인 줄 알았던 이 캐릭터는 여정이 시작되면서 드라마의 당당한 한 축을 형성합니다. 드라마의 끝은 여전히 암담하고 성숙의 종점 따위는 보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끝까지 지켜 본 관객들이 아무 생각없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아니죠. (14/04/12)

★★★

기타등등
전 이 영화의 이런 감수성이 상당히 일본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보도자료에서도 이와이 슈운지와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연급하고 있고요. 하지만 제가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 이런 감수성이 아시아 문화의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잡았을 수도 있겠죠. 물론 우리의 주인공들이 진짜 일본인이었다면 저렇게 입이 걸지는 않았겠지만.


감독: 이유빈, 출연: 이주승, 김태용, 공예지, 다른 제목: Shuttlecock

IMDb http://www.imdb.com/title/tt326545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52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