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 현상 조사단 Fenómenas (2023)

2023.08.21 23:45

DJUNA 조회 수:1259


넷플릭스에서 카를로스 테론의 [초자연 현상 조사단]이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그냥 섬네일에 벨렌 루에다 얼굴이 보여서. 2023년에 나온 신작입니다.

시대배경은 1999년입니다. 초자연현상을 수사하는 단체의 수장인 필론 신부가 골동품 가게의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조사하러 갔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됩니다. 필론 신부의 동료인 사그라리오, 파스, 글로리아는 이 사건을 물려받는데, 알고 봤더니 이 현상 배경에 있는 악령은 생각보다 교활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거죠.

시작하기 전에 실화 기반이라는 자막이 뜹니다. 스페인엔 20세기 말부터 초자연 현상을 조사하는 헵타 그룹이라는 단체가 있는데, 거기 활동에서 영향을 받았나 봐요. 호러 영화에서 이런 말은 아주 융통성 있게 사용되지요. 그래서 사건과 캐릭터는 모두 지어낸 것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일단, 1987년에 이 단체를 세운 호세 마리아 필론 신부는 실존인물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세 주인공은 모두 헵타 그룹의 실존인물들을 모델로 했고요. 영화는 팔로마 나바레테에게 선정되었는데, 실존인물 중 한 명이며 2022년에 죽었대요. 영화에 나오는 사건은 1999년에 마드리드에 있었던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요. 당연히 이야기를 푸는 방식, 캐릭터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 같은 건 허구겠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실 기반 영화였어요.

이게 영화의 퀄리티에 영향을 주는가? 글쎄요. 솔직히 이런 영화를 보면서 어디까지가 진짜 일어난 일인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지요.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이런 경우는 그 진짜의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제가 본 건 장르적으로 이야기되고 매듭지어진 이야기이고 그 자체는 좀 평범했어요.

영화의 장점은 개별 사건보다는 캐릭터에 쏠려 있습니다. 실존 인물을 따랐기 때문이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주 자연스럽게 중장년 여성들이에요. 사그라리오와 글로리아는 50대인 것 같고, 파즈는 훨씬 나이가 들었어요. 이미 손주까지 있는 할머니죠. 개성이 분명한 이들이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티격대격하고 화해하고 힘을 합치고 서로를 구하는 걸 보면 괜찮은 시리즈의 파일럿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히 실화를 무시해가며 괜찮은 길이의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요. (23/08/21)

★★☆

기타등등
실제 필론 신부는 2012년에 세상을 떴습니다. 이렇게 실존인물의 사망 시기를 바꾸어도 되는지?


감독: Carlos Therón, 배우: Belén Rueda, Gracia Olayo, Toni Acosta, Emilio Gutiérrez Caba, Miren Ibarguren, Ivan Massagué, Óscar Ortuño, 다른 제목: 페노메나스, Phenomena

IMDb https://www.imdb.com/title/tt1831520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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