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연인 (2021)

[만인의 연인]은 한인미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전 이전에 단편 [마지막 날이 샌다]를 본 적 있어요. 그 동안 꾸준히 미성년 여자아이들에 대한 영화를 찍었는데, 그 동안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서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고등학생입니다.

주인공 이름은 유진입니다. 경북 영천 어딘가에 사는 거 같아요. 말투를 보면 거기 토박이는 아닌 거 같아요. 이 아이는 혼자 살고 있는데, 엄마가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생겨서 그 사람 집으로 이사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임신도 했어요. 유진은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혼자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학생 오빠와 연애를 시작해요.

보다보면 "어? 난 저 애를 아는데?"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유진은 아주 고전적인 틀에 속해 있어요. 옛날 소설에 자주 나오는 '헤프다고 구박받는 미모의 여자주인공'요. 황보운이 연기하는 이 아이는 예쁘고, 남자 보는 눈이 별로 없고, 유혹에 약하고, 생각이 짧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친구도 별로 없어요. 더 불길한 게, 서영희가 연기하는 예쁘고 남자 보는 눈이 없고 생각이 짧은 유진의 엄마가 정말로 걱정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유진의 미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유진에게는 선배 소설 주인공들에게 일어난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유진 자신은 잘못한 게 없어요. 하지만 유진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거죠. 보통 옛날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죄의식을 느끼며 수녀원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화는 유진을 불필요하게 학대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아직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아이라는 걸 인정하고 성장의 길을 보여주죠. 심지어 영화가 끝날 무렵엔 여자친구도 한 명 생겨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 앞으로도 삶이 고단하겠지만, 그래도 누적된 경험이 있으니 엄마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21/12/30)

★★★

기타등등
영천과 그 주변이 배경이고 그 지리적 공간이 스토리에 중요한 성격을 부여하지만 정작 영화 대부분은 경기도와 서울에서 찍은 거 같더라고요.

감독: 한인미, 배우: 황보운, 서영희, 전석호, 홍사빈, 김민철, 다른 제목: Nobody's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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