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2 21:27
[노크]는 자매영화인 [수목장]과 마찬가지로 종편에서 만든 납량특집극입니다. 영화
끝난 뒤에 한 인터뷰를 들어보니, 만든 사람들도 이 작품이 정말로 개봉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더군요. 흥행 기대 같은 건 당연히 없었고, 그냥 자기 드라마가
극장에 걸리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았어요.
정화라는 미대생이 주인공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 사람은 독립해서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오는데, 건물 앞에서 기괴한 탈 모양이 그려진 부적을 발견하고 그 부적 모양의
나무탈을 만들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정화는 딱 아시아 호러영화의 긴 머리 귀신처럼
생긴 여자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쓰게 되는데, 그 여자는 짜증나게시리 옆집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 참 그런데 정화는 같은 학교 선배인 경민을 짝사랑하고
있고요, 어쩌다보니 친구가 된 성주는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무당이고요...
이야기가 많이 잡다하죠?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 내용이 얼마나 잡다한지 알게 됩니다.
이 영화가 원안으로 삼고 있는 건 바로 [얼굴없는 미녀]거든요. 얼마 전에 나온
영화판보다 오히려 더 원작에 충실할지도 몰라요. 사진작가가 모델을 납치해서
자정마다 오라고 최면을 걸었는데, 그 여자가 죽고... 있잖습니까. 전 이 이야기를
처음 만든 게 누구이고, 저작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게 표절이라고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문제는 이 소재를 각본이 엉망으로 다룬다는 것이죠. [얼굴없는 미녀]는 단순명쾌한
공포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새로운 주인공과 쓸데없는 보조장치들을 더해서
이 이야기를 아주 지저분하게 만들어요. 두 번째 문단의 줄거리 소개를 보시죠.
없어도 되는 장치들(특히 정화의 짝사랑)이 아주 약한 개연성과 그보다 더 흐릿한
당위성으로 엮여져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소개되느라 정작 [얼굴없는 미녀]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대로 등장도 못합니다. 물론 본론에 들어가면 "뭐야, [얼굴없는
미녀]잖아."라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고요.
이 지저분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연출은 딱 종편 납량특집극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배우들은 모두 경직된 표정으로 눈을 부라리고 있고,
히스테리가 난무하며, 관객들보다 영화가 먼저 놀라서 난리를 칩니다. 주연인
서우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군요. [미쓰 홍당무]를 보았을
때, 제가 이 배우에게 기대했던 건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연기도 그렇고,
다른 것도 그렇고...
하지만 그래도 [수목장] 수준의 괴작은 아닙니다. 적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어요. 나쁘지 않은 호러 효과도 몇 개는 있고요. 지저분하고 조악하지만, 그래도
[노크]는 최소한의 기능성은 갖추고 있는 호러영화입니다. 단지 그렇게 좋지 않은,
아니, 꽤 나쁜 호러영화인 거죠.
(12/11/22)
★☆
기타등등
귀신 역의 배우를 빼면, 이 영화의 여자배우들은 모두 엄청나게 높은 힐을 신고 다니는데,
전 그게 귀신보다 더 무섭더군요. 조소과 학생이라는 서우가 너무나 엉성하게 조각칼을
들고 있는 것도 무서웠고.
감독: 이주헌, 배우: 서우, 주민하, 백서빈, 현성, 은우,
다른 제목: Knock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Knock_-_The_Movi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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