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도 Hondo (1953)

2023.08.03 23:41

DJUNA 조회 수:844


존 패로 감독의 [혼도]를 보았습니다. 3D로 찍은 유일한 존 웨인 영화입니다. 자주 상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3D 버전만 그렇겠지요. 2D 버전은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남편이 비운 집을 어린 아들과 함께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앤지라는 여자로부터 시작됩니다. 혼도라는 남자가 말을 잃고 앤지의 집을 찾아옵니다. 이 사람은 선주민 피가 섞였고 아파치 사람들과 5년을 같이 살았으며 아파치 여자와 결혼했다가 사별했습니다. 이런 인물을 존 웨인이 합니다. 존 웨인 입에서 "아파치 사람들은 거짓말이라는 단어도 없는데 우리가 평화조약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라는 말이 나와요. 혼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존 웨인 캐릭터 평균보다 훨씬 입체적인 인물이고 영화의 재미도 거기서 옵니다.

혼도는 말을 빌려 기병대로 떠나고 비토리오라는 추장이 이끄는 아파치 사람들이 앤지의 집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앤지와 나중에 돌아온 혼도는 추장과 복잡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비토리오는 최대한 앤지와 아들을 보호하고 혼도에게도 살 기회를 주려고 하죠. 하지만 영화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식 '인디언 대 기병대' 결말로 끝나는 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루이스 라무어가 쓴 단편소설 [The Gift of Cochise]가 원작입니다. 원작 그대로라면 앤지가 주인공이어야 했지만 존 웨인 주연의 영화를 만들다 보니 중반 이후 나오는 남자 캐릭터가 주인공이 됐죠. 나중에 라무어는 이 영화에 기반을 둔 영화소설을 썼고 그게 첫 장편이었다고 합니다.

1950년대에 나온 서부영화치고는 선주민 캐릭터의 비중이 큰 작품입니다. 당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감상을 느꼈는지 궁금할 정도죠. 아니, 영화를 보면 백인 편을 드는 게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백인들이 아파치 땅을 침입했고, 백인들이 가까스로 맺은 평화협정을 위반했고, 백인들이 아파치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끝을 보면 백인들은 아파치 사람들을 몰살하려고 작정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중간적인 입장에 선 혼도 캐릭터를 중심으로 놓고 최대한 중립적이 되려 하는데, 전 이게 그냥 비겁해 보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최선을 다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하여간 그 때문에 끝에 붙은 인디언 대 기병대 장면은 전체 영화의 톤과 잘 안 맞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혼도가 하는 "이제 아파치 사람들은 멸망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도 사라지겠군. 안 됐어. 좋은 방식이었는데." 같은 대사는 너무 감정이 없고 덤덤해서 저게 뭔가 싶어요.

3D 영화이기 때문에 창이나 화살이 카메라를 향해 날아드는 장면 같은 게 있습니다. 하지만 서부극은 그렇게까지 3D의 터치가 필요한 장르는 아닌 것 같습니다. (23/08/03)

★★★

기타등등
1. 감독인 존 패로는 모린 오설리번의 남편이고 미아 패로의 아빠입니다. 존 웨인과 사이가 안 좋았던 모양이고 후반에 촬영 현장을 떠나서 '인디언 대 기병대' 장면은 존 포드가 찍었습니다.

2. 비토리오 역은 마이클 페이트라는 호주 츨신 백인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역시 시대의 한계.

3. 전 존 웨인의 절룩거리는 걸음걸이가 마릴린 먼로의 걸음걸이와 비슷하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감독: John Farrow, 배우: John Wayne, Geraldine Page, Ward Bond, Michael Pate, James Arness, Leo Gord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5883/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2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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