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페이스 Poker Face (2023 - ) [TV]

2023.08.09 23:59

DJUNA 조회 수:1240


[포커페이스]는 라이언 존슨이 만든 텔레비전 시리즈입니다. 나타샤 리온이 주연이고 제작도 맡았어요. 리온의 텔레비전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에 참여했던 작가 앨리스 주의 이름도 보이는군요. 피콕에서 1시즌이 풀렸고 반응이 좋아서 2시즌이 나올 거라고 합니다. 존슨이 피콕을 고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곳은 NBC에서 만든 OTT 서비스로, NBC는 1970년대에 [The NBC Mystery Movie]를 방영한 곳이죠. 그리고 이 시리즈 중에 전설적인 [콜롬보]가 있었습니다. [콜롬보] 오프닝과 [포커페이스] 오프닝을 비교해보면 대놓고 흉내낸 걸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찰리 케일은 카지노 직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거짓말을 거의 완벽하게 구별해낼 수 있는 거죠. 요새 방영 중인 [소용없어, 거짓말]의 김소현 캐릭터와 같은 능력인데, 찰리는 이걸 초자연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찰리는 카지노 주인의 아들이 저지른 범죄에 엮이게 되고 쫓기는 몸이 됩니다. 그리고 찰리가 가는 곳마다 우연히도 살인사건이 일어나요. 찰리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고요.

척봐도 [콜롬보]와 [도망자]를 반반씩 섞은 시리즈입니다. 시리즈가 보다 적극적으로 모방하는 건 [콜롬보]고요. 이 시리즈도 [콜롬보]가 그랬던 것처럼 도서추리물 inverted detective story입니다. 도입부에서 시청자들은 범인이 살인을 계획하고 저지르는 과정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찰리가 등장하는데, 알고 봤더니 찰리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거기 있었던 거죠. 찰리는 엄청난 명탐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탐정이고 거짓말을 완벽하게 구별하는 능력이 있어서 한 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리고 콜롬보처럼 범인 캐스팅이 화려해요. 에이드리언 브로디, 체리 존스, 클로이 세비니, 조셉 고든 레빗 등등. 스테파니 슈, 홍차우, 닉 놀티와 같은 배우들이 범인이 아닌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콜롬보]보다는 형식이 느슨한 편입니다. 콜롬보는 직장인이니까 형식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80년대 속편 시리즈에서 만들어진 몇몇 에피소드에선 여기서 벗어나려 시도했지만 별로 [콜롬보]스럽지 않아서 성공작이라고 볼 수 없지요. 하지만 찰리는 쫓기는 몸이고 경찰도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사건 속에 녹아듭니다. 그래도 하나의 이야기를 길게 끄는 요새 드라마와는 달리 매 에피소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어요. 전 이런 드라마가 많이 그리웠더랬지요.

[콜롬보]는 기본적으로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요. 화려한 LA의 유명인사들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얕보았던 중산층 공무원에게 발각되는 이야기를 매번하고 있습니다. [포커페이스]에서도 이 전통을 따르는 범죄자들이 있어요. 조셉 고든 래빗이 연기한 살인범이 특히 전통적인 [콜롬보] 악당이지요. 하지만 [포커페이스]는 스펙트럼을 조금 넓혔습니다. 이 시리즈의 범인들은 인종적으로도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이고 일단 여자 범죄자들이 늘었습니다. 이건 작가진과 쇼러너에 여성 비중이 높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콜롬보] 비교해서 장점이 하나 더 있다면, 범인이 드라마가 끝난 뒤에 유죄판결을 받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는 일은 없다는 거겠죠.

이런 식의 이야기에선 개성적인 주인공과 배우가 플롯과 트릭만큼이나 중요한데, 나타샤 리온은 여기서 그냥 피터 포크 수준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종 피터 포크를 흉내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의도적인지는 모르겠군요. 찰리는 콜롬보의 의뭉스러움이 없고 보다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찰리의 여정은 살인과 농담을 적정비율로 섞어가면서 21세기 미국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교묘하게 그려보이지요.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회는 2시즌을 향한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 정도면 1시즌의 이야기를 깥끔하게 맺었어요. (23/08/09)

기타등등
제목을 잘 지었어요. [포커페이스]는 주인공의 능력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제목인데 정작 찰리는 단 한 번도 포커페이스인 적이 없거든요.


크리에이터: Rian Johnson, 배우: Natasha Lyonne, Benjamin Bratt, Simon Helberg,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269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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