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 2 Paddington 2 (2017)

2018.02.01 22:04

DJUNA 조회 수:8435


언젠가 로저 이버트가 [아멜리에]에 대해 귀여운 강아지 같은 영화라고 말한 적 있죠. 그러고는 덧붙였어요. "그게 뭐. 난 강아지 좋아해요."

[패딩턴 2]를 보면서 그 말이 떠올랐어요. 이 영화는 정말 귀여운 강아지 같은 영화예요. 아니면 귀여운 곰인형. 영화의 모든 부분이 예쁘고 귀엽고 착하고 사랑스럽습니다. 거슬리는 구석이 없어요. 이 영화는 로튼토마토 100퍼센트를 받은 영화로 화제가 되었는데, 이해가 돼요. 대단한 걸작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도저히 나쁜 소리를 못하겠습니다. 그런 말을 한다면 어린 동물을 괴롭히는 기분이 들 거예요.

이야기는 전편보다 파란만장합니다. 패딩턴은 런던 시내가 그려진 팝업북을 남미에 있는 루시 할머니의 생일선물로 사주기 위해 유리창닦이를 하며 돈을 모읍니다. 그런데 돈을 거의 모았을 무렵, 가짜 수염을 붙인 도둑이 그 팝업북을 훔쳐가요. 누명을 쓴 패딩턴은 10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갑니다.

전 누명쓰고 오해받는 이야기를 많이 무서워하는 편이라, 이 영화의 설정이 아주 편안하지는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이 이야기를 불필요한 불쾌함을 넣지 않고 신나게 그립니다. 아마 [패딩턴 2]는 영화 역사상 가장 귀여운 교도소를 그린 영화일 거예요. 색조나 스타일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귀엽습니다.

영화의 나머지 부분도 마찬가지예요. 이 영화의 악당은 휴 그랜트가 연기한 한물간 배우 피닉스 뷰캐넌인데, 이야기에 충분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만만치 않은 적수이면서도 불필요한 혐오감이나 증오로 관객들의 마음을 오염시키지 않는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액션도 슬랩스틱과 스릴의 배분이 아주 좋아서... 네, 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아주 새로운 구석은 없어요. 하지만 관객들을 이해하는 노련한 전문가들이 모여 아주 잘 만들었고 정말 즐거운 영화입니다. 잠시 현실을 떠나 두 시간 미만의 행복감을 얻는 것이 영화를 보는 이유라고 생각하신다면 [패딩턴 2]는 이상적인 선택입니다. 보는 내내 이런 영화가 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적당한 분량의 메시지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 기본적인 선량함과 같은 것들의 가치를 이처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영화는 정말 오래간만에 본 것 같습니다. 물론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사람들은 이 영화에 담긴 반이민정서에 대한 비판을 먼저 읽었겠지요. (18/02/01)

★★★☆

기타등등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함께 보았어요. 샐리 호킨스 영화 동시상영이었던 셈이죠. 호킨스는 양쪽 영화 모두에서 동물들과 참 잘 어울리더군요.


감독: Paul King, 배우: Ben Whishaw, Sally Hawkins, Hugh Bonneville, Julie Walters, Madeleine Harris, Samuel Joslin, Jim Broadbent, Hugh Grant, Peter Capaldi, Richard Ayoade, Brendan Gleeson

IMDb http://www.imdb.com/title/tt44687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6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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