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1 21:49
[테이킹]이라는 호러 영화를 보았어요. 얼마 전까지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파운드 푸티지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후반부의 결정적인 장면이 (이건 사실 스포일러인데) 밈이 되어서 얼마 전부터 SNS에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이게 진짜 동영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었고요. 누가 봐도 할리우드 특수효과 팀이 만든 '영화 마술'이었는데
말이죠.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수입되었고 구글에서 볼 수 있더군요. 2500원을 주고 봤어요.
영화는 데보라 로건이라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일상을 찍으려는 다큐멘터리 팀이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데보라는
영화에 나오기 싫지만 그 집 경제사정이 좋지 못해요. 딸인 사라는 촬영에 협조한다면 집을 지킬 수 있는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엄마를 설득합니다. 그런데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데보라는 카메라 앞에서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카메라에 찍힌 몇몇 장면과
데보라의 증상은 알츠하이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영화 중반에 이들은 데보라의 행동이 몇 년 전 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맞다면 그들은 이게 초자연적인
사건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해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이제는 거의 식상할 법한 파운드 푸티지의 도입부이고, 전 이 사람들이
슬슬 이야기를 시작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이 영화는 굳이 이를 숨길 생각도
없으니 더 그렇지요. 주연배우인 질 라슨과 앤 램지만 해도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배우거든요.
중반 이후, 영화는 어느 정도 인위성을 받아들이면서 기승전결이 있는 액션으로 향합니다. 데보라를 지배하는 악령의 정체와
동기가 밝혀지고 구출 액션이 시작되지요. [블레어 윗치] 식 출구없는 암담함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과 카메라에게
선명한 행동 동기가 주어집니다. 새롭지는 않지만 허망한 느낌은 그리 들지 않는 장르물입니다. 장르가 호러이다보니
뒤가 조금 흐리긴 하지만요.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역시 알츠하이머라는 소재에서 나옵니다. 저번에 부천에서 본 [유물의 저주]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물론 좋기는 [유물의 저주]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이 질병이 환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고통은 이 영화도 상당히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요. 이 현실세계의 고통이 장르적 판타지와 연결되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 정도면 잘 한 것 같습니다.
(20/11/01)
★★★
기타등등
브라이언 싱어가 제작자더군요.
감독: Adam Robitel,
배우:
Jill Larson,
Anne Ramsay,
Michelle Ang,
Ryan Cutrona,
Anne Bedian,
Brett Gentile,
Jeremy DeCarlos,
Tonya Bludsworth,
Julianne Taylor,
Kevin A. Campbell,
Jeffrey Woodard
IMDb https://www.imdb.com/title/tt338764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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