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도사의 대성당]은 후스토 가예고 마르티네스라는, 많이 정신나간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가톨릭 수도사였어요. 하지만 수도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쫓겨났지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 사람이 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후스토는 대성당을 짓기 시작합니다 버려진 건축자재를 모아와 재료로 삼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땅을 팔아 일손을 마련하면서요. 거의 혼자 지은 거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이 작업은 1961년에 시작되어 2021년 죽을 때까지 60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후스토의 대성당은 거대해요. 길이가 50미터, 폭이 20미터. 다 지으면 돔 높이도 50미터 정도 된다고요. 건축 공부는 커녕 제대로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대작업을 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그냥 직관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 가끔 도우러 온 전문가들에게 배우면서요.

사실 선례가 꽤 있습니다. 프랑스의 집배원 페르디낭 슈발이 지은 이상의 궁전이 대표적인 예겠죠. 심지어 슈발은 완공하고 죽었고, 수많은 동시대 예술가들의 갈채를 받았으며, 이상의 궁전은 프랑스 정부에 의해 역사적 구조물로 지정되었지요.

후스토 가예고는 슈발보다 더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슈발의 성은 상상의 구조물이고 실용성은 없지요. 하지만 대성당은 사람들이 사용해야 합니다. 안전문제가 중요하지요. 당연한 일이지만 대성당은 불법 건축물이고 이 건물이 안전한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후소토 자신도 어떤 부분에선 시멘트를 써야 할 분량의 절반만 썼다고 자랑을 하는데, 전 좀 오싹하더라고요. 하지만 주변 건물들을 붕괴시킨 태풍과 같은 건 견뎠다니 생각보다 튼튼한 건물인지도요.

영화를 이루는 푸티지는 1990년대부터 후스토의 사망 직전인 2021년까지를 커버합니다. 그 동안 후스토는 아쿠아리스 광고를 찍어 유명세를 탔고 대성당도 꽤 높이 올라갔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골칫거리를 안겼죠. 후스토 사후에 이걸 어떻게 하나요? 부술 수도 없고 대성당으로 사용하기엔 여러 면에서 아슬아슬하고. 일단 불법 건축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요. 다큐멘터리의 후반은 대부분 이 문제에 할애되고 있어요.

결국 후스토 사후에 보수 공사에 들어간 모양이고 엔드 크레딧에 올라온 정보를 보면 아마 완공될 거 같습니다. 그게 후스토가 원한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겠지요. (23/08/23)

★★★

기타등등
후스토는 가톨릭만이 유일한 종교고 클럽 같은 건 불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꼰대 보수주의자인데, 그래도 축구는 가끔 본다고 하더군요, 레알 마드리드 팬이라고. 하지만 축구도 우상숭배라고 생각하니 일관성은 있어요.


감독: Denis Dobrovoda, 출연: Justo Gallego Martínez

IMDb https://www.imdb.com/title/tt19799096/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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