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호스 War Horse (2011)

2012.02.05 15:12

DJUNA 조회 수:11223


[워 호스]의 원작은 마이클 모퍼고의 동명 소설로, 이 책은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조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적 있는데, 얼마 전에 영화화와 함께 원제를 달고 다시 나왔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블랙 뷰티]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1인칭으로 전개되는 말의 회고록인데, 무대가 제1차 세계대전인 거죠. 전 이 형식이 그렇게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책을 읽는 동안 영어/독일어 2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탱크와 같은 신종무기를 단번에 알아보는 말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란 말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스필버그는 여기서 1인칭을 빼버렸습니다. 여전히 말이 주인공이지만, 말을 의인화시키는 대신 말이 전쟁을 거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 보다 집중하고 있죠. 그래도 기본 스토리는 따르고 있습니다. 영국의 가난한 시골 농부가 술김에 사들인 서러브레드 말이 군대에 팔려나가 영국군과 독일군을 오가며 죽을 고생을 하다가 다시 주인과 재회한다는 이야기요. 전체적으로 [블랙 뷰티]보다는 전쟁을 무대로 한 [당나귀 발타자르]에 가까운데, 그래도 [블랙 뷰티]스러운 클라이맥스와 결말은 지키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스필버그의 지향점이 보입니다. 이 영화는 진짜 존 포드스러워요. 도입부만 보면 사고로 현대의 영화관에 떨어진 4,50년대 관객들이 아무런 정보 없이 봐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죠. 당시에 유행했던 간결하고 명쾌하며 직설적인 멜로드라마인 겁니다. 에밀리 왓슨 대신 모린 오하라가 주인공의 어머니로 나왔어도 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의 전쟁 묘사는 조금 생각해볼 만 합니다. 아마 지금까지 나온 스필버그의 전쟁소재 영화 중 가장 반전영화에 가까울 거예요. 스필버그의 전쟁영화가 전쟁의 잔인무도함에 무심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는 전쟁을 무조건 반대하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죠. 대신 그는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주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워 호스]는 철저하게 전쟁 자체의 무익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소재가 되는 전쟁이 제1차 세계대전이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워 호스]의 세계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습니다. 영화는 사람들을 소속 국가나 군대로 평가하지 않아요. 영화는 어떤 타자화의 시도 없이 양측 사람들을 모두 공평하게 보여줍니다. 그들은 모두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 하는 보통 사람들이며, 그 상황 속에서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영국군이나 독일군이기 때문에 이들이 다르게 행동하는 건 아니죠.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정치나 외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한 마리의 말이기 때문에 이런 경향은 더 강합니다. 주인공 조이는 전쟁의 맥락을 읽지 못합니다. 조이가 보는 것은 자기에게 억지로 부여된 의무,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몇몇 사람들 그리고 끝까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의 공포뿐입니다. '중간지대'의 앞부분 절반은 말을 주인공으로 한 순수한 호러영화입니다. 다행히도 그 뒷부분은 보다 온화하고 낙천적인 이야기로 흘러가지만요.

스필버그는 여기서 스펙터클을 될 수 있는 한 제한하고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그가 만들기를 원하는 멜로드라마와 맞지 않을 테니까요. 위에서 언급한 '호러' 장면만 해도 환상적인 스펙터클입니다. 하지만 죽음과 파괴를 스펙터클로만 소비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절제는 꾸준히 보입니다.

[워 호스]는 현대관객들의 냉소주의에 대해 전혀 방어가 되어 있지 않아서 오히려 용감해보이는 작품입니다. 말 못하는 동물을 전쟁터로 보내 고생시키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쥐어짜겠어!라는 의도가 빤히 보여요. 여기에 끌려가는 걸 창피해하는 관객들도 많을 걸요.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접근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온 거라고요! (12/02/05) 

★★★☆

기타등등
모퍼고의 소설은 연극으로도 각색되었고, 그 연극도 영화의 원작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연극이 더 보고 싶어졌어요. 그냥 말을 보는 것도 좋지만, 연극의 꼭두각시 말은 진짜로 멋있던데.


감독: Steven Spielberg, 출연: Jeremy Irvine, Peter Mullan, Emily Watson, Niels Arestrup, David Thewlis, Tom Hiddleston, Benedict  Cumberbatch, Celine Buckens, David Kross, Leonard Carow, Eddie Marsan, Liam Cunningham


IMDb http://www.imdb.com/title/tt156891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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