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 The Grey (2012)

2012.02.14 00:42

DJUNA 조회 수:11658


오트웨이는 알래스카의 석유시추팀을 위해 일하는 직업 사냥꾼입니다. 노동자들이 야외작업을 하는 동안 야생 늑대들을 막는 게 그의 직업이죠. 그는 여러 모로 불행한 사람이며 앞으로 계속 살아야 할 이유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초반에 자살직전까지 가요.

오트웨이의 상황은 그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역전합니다. 간신히 살아남긴 했지만 상황은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행기는 산산조각이 났죠, 날씨는 최악이죠, 굶주린 늑대들이 사방에서 으르렁거리고 있죠... 죽고 싶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흐름을 따르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부터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싸우기 시작합니다. 상황의 끔찍함이 오히려 그를 자극하는 거 같아요.

오트웨이는 생존자들을 이끌고 숲으로 갑니다. 왜? 모르겠어요. 저 같으면 그냥 비행기 안에 남아 구조대를 기다렸을 겁니다. 하지만 오트웨이는 이 방면에 대해 저보다 아는 게 더 많은 사람이니 제가 모르는 이유가 있었겠죠. 전 그렇게 생각하렵니다.

조 카나한의 [더 그레이]는 여기서부터 서바이벌 액션 + 호러입니다. 그리고 호러의 비중이 예상 외로 커요. 이 영화에 나오는 늑대들은 그냥 무섭습니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괴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거 같아요. 그들은 돌연변이 괴물이나 외계 생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일부이고 인간들은 그들이 꼭대기에 있는 먹이사슬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 자명한 논리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지요. 그리고 카나한은 예상 외로 이들을 그리는 적절한 호러 어휘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영화는 오트웨이와 동료들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꼼꼼하게 그립니다. 하지만 액션장르의 쾌락만을 위해 전력질주를 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편리한 이야기는 아니죠. 영화는 인간과 자연의 투쟁이라는 나름 마초적인 주제를 그리고 있긴 한데, 인간 편을 그렇게 잘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자연은 무섭고 가차없으며, 인간은 문명의 이기 없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요.

[더 그레이]가 집중적으로 다루는 건 액션의 쾌락이 아니라 주인공들을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이끄는 의지 자체입니다. 그 때문에 영화가 개똥철학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생존에의 의지란 극도로 단순하고 원초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똥철학이 되기 어렵지 않은가요. 게다가 이 태도 덕택에 영화가 더 입체적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는 포기와 죽음을 경멸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당연한 선택으로 존중하며 적과 아군으로 편을 가르지도 않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결말 때문에 당황해합니다. 아마 리암 니슨이 늑대들과 권투라도 할 것 같았던 예고편 때문에 더 그랬겠죠. 하지만 이런 태도를 고려하면 이 영화의 결말은 당연하며 오히려 전통적이기도 합니다. 카나한이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이걸 단순무식하게 보여줄 깡이 살짝 부족했다는 거겠죠. (12/02/14) 

★★★☆

기타등등
더못 멀로니는 요새 알래스카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감독: Joe Carnahan, 출연: Liam Neeson, Dallas Roberts, Frank Grillo, Dermot Mulroney, Nonso Anozie, Joe Anderson, Ben Bray, James Badge Dale, Anne Openshaw


IMDb http://www.imdb.com/title/tt160191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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