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Endhiran (2010)

2011.07.24 19:57

DJUNA 조회 수:7754


S. 샹카르의 [로봇]은 로봇이 나오는 SF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진부한 스토리 라인을 따릅니다. 구닥다리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죠. 천재 과학자가 로봇을 발명했는데 그 로봇이 그만 통제를 벗어나 사고를 치고 다닐 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여자친구까지 유혹한단 말입니다. 여기에 로봇을 이용하려는 사악한 과학자가 끼어들자 대참극이 벌어집니다.

 

이런 이야기를 21세기에 한다는 건 어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로봇]의 경우 이 진부함은 은근슬쩍 용납이 됩니다. 이 영화는 인도 뮤지컬이니까요. 이 세계에서 진부함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거의 의무가 아닙니까. 독창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로봇 주인공이 딱 발리우드 영화 남자주인공처럼 굴면서 아이쉬와리아 라이에게 추파를 던지고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충분히 황당하지 않습니까.

 

하여간 [로봇]의 매력이자 장점은, 이 영화가 할리우드 SF 영화와 접근법이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논리와 과학에 무심한 대신 감정이 철철 넘치지요. 할리우드 영화라면 민망해서 절대로 하지 않을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해요. SF 영화에서 로봇이 말하는 모기들과 말다툼을 하는 걸 구경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춤과 노래는 말할 것도 없지요.

 

SF 영역에서도 엄청난 대담함이 보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많이들 보셨을 후반 액션 장면만 해도 할리우드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거죠. 수백 명의 로봇들이 뭉쳤다 풀어졌다, 뱀, 공,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며 종횡무진하는 광경은 정말 인도 영화의 뻔뻔스러운 감수성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물론 CG의 질은 평범하거나 조잡해요. 하지만 좋은 CG는 흔해빠졌잖아요. 요샌 CG의 활용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건 주인공 과학자 바시가란 박사와 약혼녀 사나가 참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모두 이기적이고 냉정하고 책임감과 양심이 없습니다. 이들이 로봇 치티에게 하는 짓은 잔인하기 짝이 없어요. 치티에게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바시가란 박사의 조수들이 나중에 배반한 것도 그가 악덕 고용주였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치티에 더 몰입하는 효과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가 종종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난감합니다. 전 아이쉬와리아 라이가 나오는 뮤지컬 시퀀스라면 언제나 집중하는 편인데, 이번엔 그게 안 통하던데요. 중반 이후로는 화가 나더라고요. 특히 바시가란과 사나가 킬리만자로 어쩌구 노래 부르는 부분은. 아무리 뜬금 없는 뮤직 비디오가 저 동네 특징이라고 해도, 저건 진짜 타이밍이 아니잖아요! (11/07/24)


★★★


기타등등

1. 인도 영화라 세 시간이 넘어가고 당연히 중간 휴식도 있는데, 그 때 정말 10분 정도 쉬었다면 모두가 편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중간 휴식 자막이 나오니까 몇 명이 화장실로 가던데.

 

2. 이 영화는 타밀어 영화인데 발리우드 영화라 불러도 되는 건가요. 아, 모르겠군요.

 

3. 전 치티도 불쌍했지만 중간에 사나가 바시가란을 도발하기 위해 이용해 먹었던 자칭 '검은 돼지' 아저씨도 불쌍하더군요. 그 아저씨에 대한 커플의 태도는 인종차별적이기도 했어요. 정말 상종하기 싫은 사람들이야!

 

감독: S. Shankar, 출연: Rajnikanth, Aishwarya Rai, Danny Denzongpa, Santhanam, Karunas, 다른 제목: Robot


IMDb http://www.imdb.com/title/tt130579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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