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Paradox (2010)

2010.11.07 19:59

DJUNA 조회 수:12194


[파라독스]의 무대가 되는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하나가 다릅니다. 우리의 문명은 과학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파라독스]의 세계는 마법에 기대고 있어요. 자동차, 휴대전화, 살인, 범죄수사 모두 마법을 통해 이루어지지요. 주인공인 숀 놀트는 이 세계의 터프한 필름 느와르 형사인데, 어느 날 밤 마법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수수께끼의 살인사건과 마주칩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시체에 박힌 금속 조각 하나. 어떻게 이런 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죠?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아무리 마법에 의지하고 있다고 그 세계에 물리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마법으로 자동차를 굴리는 세계라고 해도 금속 조각이 심장을 뚫고 지나가면 죽을 거고, 그 세계 사람들도 그걸 알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 척 하거든요.


그래도 영화의 설정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만 합니다. 윈스터 처칠이 고대의 마법으로 무장하고 영국을 정복하려던 히틀러를 파멸시킨 전설의 마법사라는 설정부터 뭔가 있는 것 같잖아요. 마법이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는 동안 정작 과학은 미신 취급을 받는 세계는 그 단순한 위치 전환만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하지만, 아쉬워라. 이 영화는 그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예술적 선택이나 방향 같은 걸 지적하며 영화를 평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파라독스]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너무 가난해요. 돈이 없어서 좋은 특수효과를 쓸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정말 아무 것도 못할 정도죠.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는 별다른 이유 없이 어떤 캐릭터의 쌍둥이 형제가 나오는데요, 암만 봐도 배우를 한 명 절약할 수 있어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영화는 가난해요. 시나리오를 다듬고 온전한 모양의 영화를 만들 시간과 돈이 부족한 겁니다. 그렇다고 이런 빈약한 환경을 역으로 이용하는 대담한 싸구려 영화가 나온 것도 아니고요.


과천국제SF영화제 기자간담회 내용을 읽어보니 감독은 후속편을 기획 중이더군요.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적당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텔레비전 시리즈라면 원래 괜찮은 아이디어를 충분히 발전시킬 시간 여유가 있고, 주연배우 케빈 소보도 [헤라클레스]와 [안드로메다]로 든든한 장르 팬들을 거느리고 있으니까요. 물론 소보에게 나올 생각이 없다면 곤란하겠지만. (10/11/07)



기타등등

동명의 만화 시리즈가 원작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만화는 영화버전보다 훨씬 스펙터클하겠죠.


감독: Brenton Spencer, 출연: Kevin Sorbo, Steph Song, Christopher Judge, Alan C. Peterson, Alisen Down, Jerry Wasserman, Michael St. John Smith

 

IMDb http://www.imdb.com/title/tt13437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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