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2010.11.20 19:22

DJUNA 조회 수:26037


데이빗 핀처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를 다룬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자주 나왔던 비판은 과연 주커버그가 영화 한 편을 책임질만한 무게가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쓰고 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과연 그 사람들이 서비스의 탄생과정을 궁금해하긴 할까요? 소재가 너무 가볍고 어리잖습니까. 팝가수 전기영화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그 비판은 곧 공허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는 올해 나온 할리우드 영화들 중 가장 비평적 성과가 높은 작품일 뿐만 아니라 가장 재미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 창립신화'라는 자기계발서 내용 같은 소재도 보기만큼 만만한 게 아니었죠. 아니, 오히려 그런 모양 때문에 사람들이 더 주목했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할 내용이 아닌데, 근사한 영화가 하나 만들어졌으니 신기하기도 했지요. 


슬슬 선견지명이 있었던 누군가를 지목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데이빗 핀처가 이 영화의 감독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아론 소킨의 각본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 영화가 나오는 건 불가능했겠죠. 소킨의 각본은 벤 메즈리치가 쓴 실화 소설에 의지하고 있고요. 그리고 마크 주커버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몸이 달은 에두아르도 사베린이 벤 메즈리치를 찾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그냥 묻혀버렸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그 자체가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일부인 겁니다. 곧 2010년에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것 자체가 페이스북 역사의 일부로 남게 되겠죠. 이야기가 스스로 자신을 반영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 자체가 전체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얼마나 실제 사건과 가까울까요? 다큐멘터리의 정확성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벤 메즈리치의 책 자체가 '소설'인 걸요. 그는 마크 주커버그를 만난 적도 없으면서 뻔뻔스럽게도 그의 내면을 묘사하는 문장들을 썼습니다. 그의 가장 큰 정보원인 에두아르도 사베린 자체가 그리 객관적인 인물은 아니었고요. 소킨과 핀처는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사베린과 메즈리치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또 고쳤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이야기는 점점 더 할리우드화되었지요. 


그 결과 만들어진 주커버그의 초상은 실제 주커버그와 상당히 다를 겁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그를 친구나 애인이 없는 외톨이로 묘사하지만 정작 실제 주커버그 자신은 여자친구와 비교적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영화를 보면 종종 스토리나 주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부분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주커버그가 페이스매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묘사한 도입부 시퀀스 말입니다. 환상적이긴 하지만 캐릭터들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척 봐도 모태 해커인 주커버그가 하버드 파이널 클럽에 집착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나요? 그런 체제순응적 욕망은 척 봐도 주커버그 것이 아니라 사베린의 것입니다. 컴퓨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경영학도인 사베린이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주커버그를 위해 알고리듬을 짜주는 장면은 어떻습니까?


여기엔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영화 속 주커버그가 파이널 클럽에 집착하는 건 그의 관심을 설명하기 위한 세속적인 방법일 수도 있죠. 아마 영화는 사베린의 역할을 늘려 후반부에 나오는 그의 분노를 정당화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영화는 은근슬쩍 사베린과 주커버그의 캐릭터들을 섞어서 이 이야기가 사베린의 불평에 기반하는 주관적인 관점의 영화라는 걸 밝히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아, 그건 너무 복잡한 음모려나요. 하지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그건 이 영화의 주커버그가 할리우드 영화의 틀 안에서 이야기와 주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작된 인물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영화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이기적인 젊은 천재가 친구와 동료들을 배반하고 아이디어를 훔쳐서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니, 이를 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한 교훈극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그게 가장 상식적이겠죠. 하지만 정작 주커버그 캐릭터를 보면 그게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갈등은 탐욕과는 별 상관이 없어요. 이 영화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자본가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약자들입니다. 페이스북의 CFO였다가 쫓겨난 에두아르도 사베린이 그렇고, 주커버그가 자신의 '하버드 커넥션'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믿는 윙클보스 형제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인물들, 마크 주커버그, 숀 파커, 피터 티엘과 같은 사람들은 그 기준으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보다 쉽게 먹히는 이야기는, [소셜 네트워크]가 가치관의 충돌에 대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커버그가 벌이는 행동들 중 악의를 담고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는 사교성이 없고 인간관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페이스북이 되는 사회적 관계를 오로지 수학적 대상으로만 봅니다. 그의 유일한 목적은 패턴을 읽고 시스템을 구축해 무언가 쿨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인간 관계는 그의 우선순위 중, 글쎄요, 한 50위쯤 차지하려나요. 고로 그에게는 당연한 일처럼 보이는 것들이 보다 상식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격렬한 분노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 대립을 중립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기준점은 딱 사베린의 눈에 맞추어져 있지요. 나름대로 주커버그의 행동을 변호하는 메즈리치의 소설보다 더 그렇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은근히 호러입니다. "보라고. 미래의 인간관계는 인간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괴물 같은 존재들이 만들고 있어. 앞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아?" 여기서부터 [트와일라잇 존]의 주제가가 흐른다고 상상하시길. 삐뽀삐뽀 삐뽀삐뽀...


혹시 다른 이야기가 있는 걸까요? 그럴 수도. 아론 소킨이나 데이빗 핀처가 하나의 정답만을 내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끌어올 정도로 단순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전 그냥 하나의 관점을 제시했고 그게 말이 된다는 걸 밝혔을 뿐입니다. 꼭 이 관점을 따를 필요는 없어요. 어느 관점으로 보더라도 [소셜 네트워크]는 할리우드 스토리텔링의 꼭지점에 선 근사한 영화이니 그냥 즐기면 되는 거죠. 단지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원래 재미의 반의 반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건 아쉽지만. (10/11/20)



기타등등

오래간만에 조셉 마젤로를 보니 반갑더군요. IMDb를 보니 그 동안 꾸준히 일을 해왔었네요. [퍼시픽] 미니 시리즈에도 나온 모양이고. 참, [C.S.I.]의 호지스인 월레스 랭엄이 피터 티엘로 나옵니다. 참으로 너드스러운 캐스팅.


감독: David Fincher, 출연: Jesse Eisenberg, Andrew Garfield, Armie Hammer, Max Minghella, Brenda Song, Justin Timberlake, Rooney Mara


IMDb http://www.imdb.com/title/tt12850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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