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티풀 Pontypool (2008)

2010.11.26 23:49

DJUNA 조회 수:12658


[폰티풀]은 거의 완벽한 라디오 드라마의 재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의 무대는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는 시골 방송국입니다. 생살 뜯어먹는 좀비들이 나오는 건 맞지만 그들 대부분은 방송국 밖에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의 목격담을 통해서 전달될 뿐입니다. 주인공인 라디오 진행자 그랜트 매지가 이 모든 걸 농담으로 여기고 방송국 밖으로 뛰어나가 진상으로 확인해보려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까? 이 소동은 전설적인 오슨 웰즈판 [우주전쟁]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실제로 원작자이고 각본가인 토니 버지스는 이 작품을 원래 거의 라디오 드라마와 같은 영화로 상상하고 있었답니다. 컴컴한 화면에 음파만이 뜨고 소리만 들리는. 무리한 계획이긴 했어요.


소재와 주제만 보더라도 영화는 라디오스럽습니다. 생살 뜯어먹는 좀비가 캐나다 작은 마을에 퍼져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야기라는 이야기는 했지요? 하지만 이 감염경로가 재미있습니다. 좀비병을 전파하는 건 병균이나 마법이 아니라 언어예요.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염된 단어들이 숙주들을 옮겨다니며 그들을 좀비로 만드는 겁니다. 영화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 자체를 스토리 재료로 삼고 있어요. 살롱닷컴의 리뷰어는 이 영화를 로리 앤더슨과 자크 데리다가 개작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고 했던가요. 


이 설정 안에서 [폰티풀]은 확실히 튑니다. 이전의 전통적인 좀비 영화에서 볼 수 없는 구경거리가 빽빽하게 차 있지요. 구경거리라는 말이 좀 안 맞는 것 같긴 하지만 주인공이 엉터리 하이쿠를 읊으면서 좀비를 퇴치하는 광경을 어느 영화에서 보겠습니까? 이 질병에 감염된 언어가 오로지 영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어와 같은 외국어들이 동원되는데, 그러는 동안 2개 국어 사용국가인 캐나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도 합니다. 


여전히 시각적 자극 없이 소리에만 의존하는 스토리 전개가 영화의 한계이기는 합니다. 영화 절반 이상은 눈으로 볼 이유가 없어요. 귀로 들으며 상상하는 게 더 무섭죠.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얼굴이 좋아서 시각적 액션의 빈칸을 채워주고 있으며, 중반 이후로는 사운드의 부재와 자막없이는 의미가 전달될 수 없는 외국어들이 등장하면서 라디오 드라마의 영역에서 영화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폰티풀]에서 일반적인 좀비 영화의 피투성이 쾌락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특수분장으로 끌어가는 싸구려 좀비 영화들로 포화상태이니, 그런 재미를 원하신다면 이 영화 대신 그 중 아무 거나 취하면 되지요. 그 영화들이 뻔한 길을 따르는 동안, [폰티풀]은 우리가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랐던 장르의 미개척지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칭찬받을 자격이 있지요. (10/11/26)



기타등등

이 작품은 나중에 원작의 주연배우인 스티븐 맥해티와 리사 하울이 출연하는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들으세요. 


감독: Bruce McDonald, 출연: Stephen McHattie, Lisa Houle, Georgina Reilly, Hrant Alianak, Rick Roberts, Daniel Fathers


IMDb http://www.imdb.com/title/tt12266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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