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1 21:23
안토니오 모랄레스는 멕시코 최고의 투우사였지만 다리 부상으로 은퇴한 상태입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아들인 마리오가 가업을 이어받는 것이죠. 하지만 마리오는
투우보다는 작곡에 더 재능이 있고, 투우를 진짜로 좋아하는 것은 마리오의
쌍둥이 자매 마리아입니다. 조용히 밑에 흐르고 있던 가문의 갈등은 마리아의
약혼자 페페가 마리오의 곡을 유명한 지휘자 콘트레라스에게 보여주면서
표면에 노출됩니다.
[피에스타]는 에스터 윌리엄스가 수영하는 장면이 거의 없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아주 없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관객에 대한 배반이겠죠. 하지만 순전히 예의를
차리기 위해 별 쓸모 없는 장면을 짧게 넣을 뿐이고, 영화의 액션 대부분은
투우장에서 벌어집니다. 네, 에스터 윌리엄스가 수영 대신 투우를 하는 영화예요.
그럭저럭 색다르다고 할 수는 있지만 감흥은 떨어집니다. 다른 영화에서 윌리엄스는
수영을 직접하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투우 장면에서 소와 직접 싸우는 장면은
모두 대역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도 남자 티가 팍팍 나는 대역요.
윌리엄스의 이름이 먼저 나오는 영화지만, 이 영화에서 갈등의 중심에 선 사람은
윌리엄스가 연기하는 마리아가 아니라 리카르도 몬탈반의 캐릭터 마리오입니다.
윌리엄스의 이름과 이들의 탄생 과정을 그린 프롤로그(안토니오는 처음 태어난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걸 알고 실망합니다)를 생각해보면 이런 스토리
전개는 실망스러운 면이 있죠. 결국 마리아가 투우장에 나가긴 하는데, 그것도
마리오와 관련된 계획의 일부이니 저 같은 현대 관객들은 맥이 풀립니다. 그래도
투우사 복장을 한 에스터 윌리엄스의 모습은 꽤 멋집니다만.
마리오는 작곡가 지망생으로 나오긴 하는데, 영화의 뮤지컬에 큰 공헌은 하지
않습니다. 클래식 작곡가 캐릭터의 한계겠죠. 그의 작품으로 나오는 아론 코플랜드의
[엘 살롱 멕시코]가 라디오에서 나오자 피아노로 합주하는 장면이 있긴
합니다. 손가락이 그럴싸하게 맞습니다만
곡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뮤지컬 장면은
몬탈반과 그의 애인으로 나오는 시드 섀리스가 추는 플라멩고인데, 여기서
주인공은 시드 섀리스일 수밖에 없지요. 그 장면 이외에서는 거의 말하는
가구 취급을 당하는 캐릭터입니다만.
당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치고는 로맨스의 비중이 낮은 영화입니다.
마리아와 마리오는 모두 애인이 있지만, 이 영화가 집중적으로 다루는 건
연애가 아니라 남매 관계입니다. 윌리엄스와 몬탈반의 화학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 종종 근친상간 분위기까지 풍길 정도죠.
(12/12/01)
★★☆
기타등등
1. 영화가 시작하면 영화제작에 협조해준 멕시코 정부와 시민에게 감사한다는
자막이 뜹니다. 진짜 고맙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영화를 멕시코에서
찍었다는 걸 그 자막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리고 싶었겠죠.
2.
투우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소가 죽는 장면은 없어요. 투우사가 작별인사를
하듯 뿔을 만지고 물러나면서 게임이 끝나더군요.
감독: Richard Thorpe, 배우: Esther Williams, Ricardo Montalban, Mary Astor, Fortunio Bonanova, Akim Tamiroff, John Carroll, Cyd Charisse, Hugo Haas
IMDb http://www.imdb.com/title/tt003937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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