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머무는 곳에 Ice Castles (1978)

2010.03.01 18:34

DJUNA 조회 수:6171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의 내용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지 않나요. 피겨 스케이팅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시골 소녀가 스타의 길을 밟기 시작하는데, 그만 사고로 눈이 거의 멀어버렸네요! 소녀는 좌절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아 다시 대회에 진출! 네, 그런 내용이죠.

 

근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은근히 씩씩하게 들리는군요. 하지만 [사랑이 머무는 곳에]는 줄거리 요약이 말하는 것처럼 씩씩한 스포츠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는 역경을 돌파하는 스포츠 선수 주인공의 도전정신 같은 걸 찾아볼 수 없어요. 영화의 주인공 렉시는 그냥 천재 소녀입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별다른 노력없이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정상에 설 수 있는 그런 사람이지요. 무지 얄밉습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기대해야 할 것은 스포츠 영화의 씩씩함이 아니라 7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했던 쓸쓸한 정서입니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는 시골소녀의 도전기가 아니라 지나치게 빨리 스타덤에 오르고 세상의 쓴 맛을 알아버린 소녀의 우울한 도시 경험담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피겨 스케이팅 장면을 요새의 기술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케이트의 기술적 성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경기 때 주인공이 입은 장애도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렉시가 이 공연을 통해 표출하고 있는 정서인 것입니다. 이 아가씨는 그냥 외로운 백조입니다. 바깥에서는 점수를 내고 기술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동안 조용히 혼자 나가서 자기의 노래를 부르는 거죠.

 

[사랑이 머무는 곳에]는 '옛날' 영화입니다. 당시 영화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향수를 떠올릴 수 있으며 유명한 주제가를 흥얼거릴 수 있는 관객들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죠. 슬프지만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10/03/01)

 

★☆

 

기타등등

얼마 전에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보아하니 극장 개봉은 안 하고 밴쿠버 올림픽 무렵에 잽싸게 DVD로 푼 모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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