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10)

2010.03.30 14:32

DJUNA 조회 수:17549

 

셔터 아일랜드는 보스턴 외곽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요새로 쓰였고 지금은 중죄를 저지른 폭력적인 정신병자들만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이 들어서 있지요. 그리고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을 각색한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가 그리는 '지금'은 1954년입니다.

 

관객들과 주인공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거의 마술과 같은 실종사건입니다. 레이첼 솔란도라는 환자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자물쇠로 병실문은 잠겨져 있었고 실종당시 맨발이었으며 섬 밖으로 헤엄쳐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런데도 사라진 거죠. 구미가 당기지 않습니까? 존 딕슨 카라면 환장하고 매달렸을 법한 아이디어입니다.

 

하여간 살인 경력이 있는 정신병원 환자가 탈출했으니 연방 보안관이 투입되는데, 그게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테디 다니엘스인 겁니다. 그는 섬으로 가는 배에서 처음 만난 파트너 척 아울과 함께 섬과 병원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그에겐 남들에게 말하지 않은 숨은 동기가 있고 섬과 병원 역시 그에게 진실을 다 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셔터 아일랜드]에서 퍼즐 미스터리의 치밀한 플롯과 반전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이 영화에는 음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논리적 사고를 통해 치밀하게 분석해야 할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는 반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전은 순전히 이야기를 맺기 위해 형식적으로 넣은 것으로, 심지어 예고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종류입니다.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집중해야 할 것은 '객관적인 진실'이 아닙니다. 영화는 거기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셔터 아일랜드에서 폭발하는 테디 다니엘스의 내면입니다. 이 점에서 [셔터 아일랜드]는 고전적인 '귀신들린 집' 장르와 아주 유사합니다. 셔터 아일랜드의 병원과 숲, 해변은 주인공의 두뇌 안에 숨어있던 귀신들이 돌아다니는 심리적 공간입니다.

 

테디 다니엘스의 내면은 예상 외로 넓고 깊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그에 따른 고통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사회적 차원으로 보면 그는 전형적인 50년대 편집증의 희생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군인이었던 그는 다카우에서 그가 목격한 강제 수용소에 대한 직접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를 바탕 삼아 매카시즘과 핵폭탄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둘은 영화 속에서 하나로 결합되는데, 아무리 진상이 노골적이라고 해도 여러분은 제가 여기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다니엘스의 내면을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더글러스 서크와 같은 감독들이 50년대에 만들었던 미국영화처럼 찍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당시 할리우드 영화는 그 시기의 사람들이 세상을 보고 꿈꾸는 관점을 반영하고 있고, 다니엘스의 비틀린 관점 역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스콜세지 개인의 영화광적 취향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는 폴란스키와 발 루튼 영화들을 꼼꼼하게 보면서 자료를 모았다고 하죠. 특히 [죽음의 섬]의 영향은 노골적입니다.

 

스콜세지의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환상적인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저 같으면 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배우를 골랐겠지만, 다니엘스를 연기한 얼굴 마담 디카프리오는 완전히 스콜세지의 세계에 적응한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연기하는 재미를 진짜로 즐기는 배우들은 그 주변을 맴도는 조연들입니다. 하긴 그들이야 말로 진짜 할리우드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할리우드식 연기라는 건 근본적으로 꿈을 재현하는 것일 테니까요. (10/03/07)

 

★★★☆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는 영화음악 대신 로비 로버트슨이 선정한 기존 현대음악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양은 많지 않지만 결과는 환상적입니다. OST를 구입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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