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집 The House of the Devil (2009)

2010.03.15 18:14

DJUNA 조회 수:6895

 

당신이 부모에게 손 벌리기 싫은 대학생인데, 학교에서 베이비시터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친구와 함께 갔다고 칩니다. 그런데 그 집은 숲 속 한가운데로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외딴 저택이고, 기다리고 있던 대머리 아저씨는 당신이 돌봐야 할 사람이 아기가 아니라 낯을 극도로 가리는 아내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당신이 의심스러워하자 그는 지갑을 꺼내 백 달러 짜리 지폐들을 하나씩 꺼내 셉니다. 그리고 밖에서는 막 개기월식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네, 맞습니다. 당장 친구 손을 잡고 후닥닥 뛰어나가 차를 타고 될 수 있는 한 멀리 멀리 달아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사만다는 그러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 새로 구한 집의 방세를 내기 위해 돈이 정말로 필요하기 때문이고, 둘. 80년대 호러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지요.

 

음, 마지막 문장은 거짓말입니다. 타이 웨스트의 [악마의 집]은 2009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하지만 웨스트는 00년도 유행에 따른 호러영화를 만들 생각 따위는 없습니다. 그의 목표는 80년대 호러영화의 질감을 그대로 유지한 가짜 골동품과 같은 영화입니다.

 

정말 속을 만 한가요? 아뇨. 정말 80년대 초에 나온 영화라면 디 월레스나 톰 누넌 같은 배우들이 저렇게 나이 든 모습으로 나올 리가 없지 않습니까? 연기 스타일이나 기술적인 면을 보더라도 자잘한 차이가 있고요. 몇몇 사람들은 몇몇 시대착오적인 소품들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걸 하나하나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타이 웨스트가 하려고 했던 건 당시 영화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 80년대 호러영화,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70년대 호러영화의 내용을 다룬 80년대 호러영화의 스타일을 살려 그 정수를 뽑아내는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스타일의 서커스가 아닙니다. 당시 유행을 그대로 흉내낸 오프닝 크레딧과 같은 건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웨스트의 의도는 조금 더 진지합니다. 그가 80년대 초의 코네티컷을 시대배경으로 잡고 당시 스타일을 빌려온 것은 그게 재미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스타일이 그가 다루려고 하는 내용과 거의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이 무엇이냐고 심술궂게 계속 캐물을 수는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악마의 집]은 스타일을 먼저 선택하고 그 다음에 내용을 만든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 영화의 도입부가 얼마나 뻔한 클리셰인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클리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악마의 집]에서 사만다가 겪는 일은 개기월식이 벌어지는 날 악마숭배자들의 집에 들어간 베이비시터에게 일어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일입니다. [악마의 집]은 7,80년대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넣은 호러영화가 아니라, 오마주 자체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과 스타일은 여전히 완벽하게 맞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당시 나온 고전 호러물이 여전히 영화적으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진짜 공포와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피와 폭력이 아니라 그에 도달하는 과정의 묘사라는 것이죠. 그리고 특정 시기의 유행이 거기에 도달하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길을 제공해주었다면 그 길을 다시 가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10/03/10)

 

★★★

 

기타등등

주연배우 조슬린 도나휴는 도대체 어디서 데려온 건지요.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날아가 그 시대 아가씨 한 명을 납치해온 것처럼 보였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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