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케인 Solomon Kane (2009)

2010.03.22 15:16

DJUNA 조회 수:9244

 

솔로몬 케인은 [코난]의 작가 로버트 E. 하워드가 창조한 액션 영웅입니다. 튜더 왕조 시절의 청교도로 긴 칼과 권총으로 무장한 채 주로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고대 문명의 폐허를 떠돌아다니죠. 얼마 전에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단편들을 읽었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데스워치]의 감독 마이클 J. 바세트가 만든 [솔로몬 케인]은 원작 시리즈의 전편쯤 되는 작품입니다. 원작의 케인은 단순한 사람입니다. 과거의 사연 같은 건 없고 목표도 정의실현 하나밖에 없죠. 하지만 바세트와 각색자들은 이게 맘에 들지 않았는지, 일단 그의 사연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그의 사연은 무엇인가. 일단 그는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함께 싸웠던 선장이었다는군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군인과 해적 사이를 오갔던 인물로, 그 동안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악마에게 찍혔답니다. 간신히 그 세계에서 탈출한 케인은 수도원에서 몇 개월 동안 반성하고 있다가 다시 세상밖으로 나가는데, 그러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나는 청교도 가족을 만납니다. 그들은 말라카이라는 사악한 존재가 이끄는 군대에게 상당히 나쁜 일을 당하고 케인은 다시 칼과 총을 듭니다.

 

전 로버트 E. 하워드의 팬들이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단편들을 읽은 저로서는 조금 맥이 풀렸다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세계관이 영 맘에 안 듭니다. 아무리 청교도 주인공이 나온다고 해도, 로버트 E. 하워드의 세계는 기독교 세계와는 거리가 멉니다. 온갖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나오지만, 그들은 모두 각자의 역사와 문화, 생물학적 기원이 있는 존재들로, 기독교 신과 악마의 단순한 이분법에 속해 있지 않지요. 그런데 영화는 그 이분법을 아주 당연하게 불러옵니다. 이게 재미있습니까? 전 아닙니다.

 

두 번째로, 전 도저히 영화가 솔로몬 케인이라고 부르는 남자를 솔로몬 케인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하워드의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제 생각에 케인의 매력이라는 건 금욕적인 단순함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케인은 짊어지고 있는 짐이 너무 많으며, 고민도 참 잡다하게 합니다. 영화는 아마 이런 과정을 통해 케인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싶나 봅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케인의 과거사를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백지 상태로 혼자 돌아다닐 때가 가장 좋습니다.

 

세 번째로, 전 무대가 영국이라는 것이 맘에 안 듭니다. 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3부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2편부터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프리카 무대는 체코슬로바키아보다 제작비도 많이 들고 인종차별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뭔가 빠진 듯한 느낌입니다. [솔로몬 케인] 3부작의 1부가 만들어진다면 그건 원작에 없는 악마와의 싸움이 아니라 주술사 엔롱가와의 만남이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그렇습니다.

 

그럼 원작을 완전히 무시하고 보면 어떤가. 그냥 마법과 칼이 나오는 B 영화입니다. 솔로몬 케인 자체가 펄프 시대의 영웅이니 이 결합은 추락 따위가 아닙니다. 이 B급 세계의 피와 폭력을 즐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요란하고 심각하기만 해서 그 B급 재미를 많이 잃습니다. 인상을 팍팍 쓰면서 샤워하는 한국 연속극 남자 주인공을 보는 듯합니다. 그 심각함 속에서 별다른 창의성이나 힘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은 영화적이라기보다는 비디오 게임적입니다. 몸을 던지는 대신 컴퓨터 자판이나 게임기의 버튼을 눌러대야 없어질 기성품 픽셀 덩어리 같다는 거죠. 이러다 보니 아무리 원작을 무시하려 노력해도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럴 거면서 왜 제목이 [솔로몬 케인]인 거지?"

 

비교적 캐스팅이 좋은 영화이고 전 막스 폰 시도나 피트 포슬스웨이트와 같은 중견 배우들의 조연 연기를 보는 게 반가웠습니다. 오래간만에 다시 본 레이첼 허드-우드도 여전히 예쁘더군요. 제임스 퓨어포이도 괜찮긴 한데, 아직 캐릭터가 따라주지를 못합니다. 아프리카에 던져 놓으면 개선이 될 것 같군요. 네, 제발 좀 다음 편엔 아프리카에 갑시다. (10/03/18)

 

★★

 

기타등등

레이첼 허드-우드의 동생 패트릭이 동생 역으로 나오더군요. 둘이 닮았습니다, 척 봐도 남매 같아요. 

 

감독: Michael J. Bassett 출연: James Purefoy, Jason Flemyng, Pete Postlethwaite, Alice Krige, Rachel Hurd-Wood, Patrick Hurd-Wood, Max von Sydow, Mackenzie Crook, Kenny Mitchell

 

IMDb http://www.imdb.com/title/tt097045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6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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