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2020)

2020.01.30 12:13

DJUNA 조회 수:3992


2020년 첫 한국 호러영화를 보았습니다. 김광빈 감독의 [클로젯]이에요. 내용을 보면 [환상특급]의 [리틀 걸 로스트]의 전통을 잇는 영화입니다. 사라진 딸을 찾아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아빠 이야기. 감독이 이 에피소드를 보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안 봐도 이상하지는 않죠. [폴터가이스트] 같은 수많은 후대 호러영화에 영향을 주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니까.

주인공은 하정우가 연기하는 건축가 상원이에요.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지요. 상원은 딸 이나와 함께 시골 저택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런데 이나가 갑자기 성격이 바뀐 것처럼 이상하게 굴더니 저택 안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자칭 퇴마사라는 경훈이라는 남자가 등장해 이나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20여년 동안 비슷한 상황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이나처럼 벽장이나 옷장 속으로 사라졌다는 거죠.

번역된 공간이 배경인 영화입니다. 벽장이 있는 옛날 시골 저택이라는 곳 자체가 비현실적이잖아요. 그래도 일단 무대를 정하면 여기에 현실성을 불어넣어야 할 텐데, 이 영화에는 그런 노력이 안 보입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가사 노동의 흔적이 전혀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거죠.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초등학생 딸을 시골로 데려왔는데, 아이를 돌보고 집을 관리하는 누군가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상원이 그걸 다 하고 있다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고요. 비현실성은 핑계가 안 돼요. [장화, 홍련]이 꾸준히 가사노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러니까 이건 여자나 고용인의 노동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의 창작물입니다.

비현실적으로 묘사되는 건 이나를 포함한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아이들은 아이들과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의 장르적 상상물이에요. 이건 극 중에서 딸에게 무관심한 상원의 캐릭터와 연결되어 오묘하게 불만족스럽습니다. 관객이 따라가는 주인공이 딸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래도 영화는 그보다는 딸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호러는 심지어 한국에서도 여성 성비가 높은 장르인데, 이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이 모두 남자입니다. 이를 통해 아빠의 죄와 죄의식을 다룬다는 가능성이 열리긴 합니다. 하지만 성공적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죄의식과 고통의 전시까지는 어떻게 가는데, 그 다음 단계로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끝에 가서는 결국 엄마와 모성애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걸요. 그 때문에 구원으로 이어지는 결말이 좀 위선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호러영화로서 [클로젯]은 효과적인 점프 스케어 장면을 몇 개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결된 건 아닙니다. 그냥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아이 귀신이 무서운 거죠. 좋은 아이디어와 결합된 설정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이 역시 그 가능성이 충분히 살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정우와 김남길은 최선을 다하긴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이 장르에 아주 잘 맞는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계속 좀 겉돌고, 하정우는 후반의 감정을 표현하기엔 좀 둔감하다는 인상이에요. 이나로 나오는 허율과 여자아이 귀신으로 나오는 김시아가 훨씬 영화에 잘 녹아듭니다. (20/01/30)

★★

기타등등
신현빈이 잠시 나오는데, 영화가 시작도 되기 전에 죽습니다.


감독: 김광빈, 배우: 하정우, 김남길, 허율, 김시아, 다른 제목: The Closet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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