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2012)

2012.10.22 00:16

DJUNA 조회 수:12760


중국집 배달부인 강대오는 운동권 대학생 서예린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예린 사이에 놓여있는 계급의 벽은 한없이 높고 넓지요. 단골인 미국인 대학교수의 부추김과 우연히 주워들은 체 게바라의 명언에 용기를 얻은 대오는 예린의 생일파티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파티 장소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파티 장소는 바로 서울 미국 문화원. 그리고 그 날은 1985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네,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은 엄청 용감하고 그만큼이나 괴상한 영화입니다. 1985년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지요. 당시 농성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과연 이런 미래를 상상이나 했을까요? 요새 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려나요?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오는 그가 얼떨결에 말려든 농성 자체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오로지 그 농성자들 중 예린이 섞여 있다는 것이죠. 그의 동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로맨틱하고 단순합니다. 그는 예린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합니다. 예린이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입장이 아니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대학생 행세를 하게 된 건 불편하기 짝이 없고, 예린이 자칭 '민중가요계의 조용필'이라는 황영민과 깊은 관계인 것처럼 보이는 건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지만요.

영화를 보다보면 [포레스트 검프]나 [딕]이 생각납니다. 모두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영화지요. 단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은 이를 '한국식 코미디'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웃기는 장면이 꽤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멜로드라마이고 결말도 신파라는 것입니다.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영화입니다. 주제와 스타일, 장르가 하나로 융합되지 못하고 정신없이 충돌하기 때문이지요. 코미디는 진지한 실화 사이에 끼어들어가기 위해 종종 무리하고 있고, 굉장히 정치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것을 어느 정도까지 정치적으로 그려야 할 것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확신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태도 문제가 심각한 영화입니다. 조금만 영화가 날씬했다면 기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말을 듣기엔 또 지나치게 순박하지요.

어떻게 봐도 완벽한 영화는 아니고, 1985년 5월에 있었던 그 묵직한 사건을 제대로 그린 영화는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오는 관객들이 의지할 수 있는 주인공입니다. 아무리 이야기와 주제가 혼란스럽고 잡다해도 관객들은 그의 우직하고 단순한 감정을 믿을 수밖에 없거든요. 철저하게 멜로드라마를 위해 조작된 신파 결말이 먹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잡다하고 괴상하다고 해도 이런 소재로 이런 코미디를 만들 생각을 했고 그걸 가지고 이 정도까지 이루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죠. (12/10/22)

★★★

기타등등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다룬 영화가 '광주'라는 지명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 건 그냥 괴상합니다.

감독: 육상효, 출연: 김인권, 유다인, 조정석, 박철민, 권현상, 김기방, 유신애, 이건주, 최민, 조경현, 김미려, 안용준, 하일, 김강희, 이두일, 고창석, Darcy Paquet, 다른 제목: Almost 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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