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 Devil (2010)

2010.10.31 23:26

DJUNA 조회 수:14557


존 에릭 도들의 [데블]은 [나이트 크로니클] 3부작의 첫 번째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나이트 크로니클]은 무엇인가. M. 나이트 샤말란이 얼마 전부터 굴리는 프로젝트예요. 샤말란이 간단한 스토리 아이디어를 내면 그가 뽑은 신인감독이 그 아이디어를 굴려서 영화를 만드는 거죠. 최근 샤말란의 평판이 너무 나빠져서 이런 건 별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홍보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고 이 영화도 개봉 첫 주에 제작비 본전은 다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워낙 소품이니까요.


영화는 '악마의 모임'이라는 라틴 아메리카의 도시 전설에서 시작됩니다. 지상에 내려온 악마가 악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고문하며 그들을 시험한다는 거죠. 이야기를 풀어가는 폼이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연상시키지만 적어도 그 영화의 '한국 전설'과는 달리 [데블]의 전설은 실제로 있나봅니다. 그래도 지나치게 무겁게 쓰였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영화의 내용 자체는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샤말란 버전입니다. 필라델피아의 어느 고층 빌딩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데, 그 안에는 인간으로 위장한 악마가 한 명 타고 있고 중간중간에 암전이 일어날 때마다 한 명씩 무참하게 살해합니다. 바깥에서는 얼마 전에 가족을 교통사고로 잃은 형사가 그들을 구하려고 뛰어다니는데, 알고 봤더니 그 사람 역시 여기에 온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대 기질이 있는 악마가 벌이는 한 판의 연극인 거죠.


영화가 샤말란이 준 이야기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암만 봐도 이 이야기는 딱 [트와일라잇 존] 에피소드 하나 분량이거든요. 러닝타임 80분이라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한된 공간과 그만큼이나 제한된 아이디어 때문에 반복이 잦고 종종 호흡은 느려지지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악마의 전설은 과잉사용된 흔적이 있고 종교와 운명, 우연에 대한 고찰은 불필요하게 진지해요.


그래도 재료의 소박함을 고려하고 본다면, [데블]은 경제적으로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 정도면 배우들도 좋고 중간중간에 꽤 재미있는 장면들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건 이 영화의 샤말란스러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드 캔디]의 브라이언 넬슨이 쓴 각본부터 도들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에 이르기까지, [데블]은 딱 미니 샤말란입니다. 할리우드의 전문가들이 샤말란 영화를 장르로 보고 접근한 거죠. 앞으로 나올 두 편은 얼마나 샤말란스러울지 궁금하군요. (10/10/31)



기타등등

이곳저곳에 666을 암시하는 숫자들이 나옵니다. 가장 노골적인 건 사건이 일어나는 빌딩의 주소 333이겠지만요.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보세요.


감독: John Erick Dowdle 출연: Chris Messina, Logan Marshall-Green, Jenny O'Hara, Bojana Novakovic, Bokeem Woodbine, Geoffrey Arend, Jacob Vargas, Matt Craven

 

IMDb http://www.imdb.com/title/tt131465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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