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8 00:17
은행원인 선주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훈과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훈이 같이
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라는 선주의 중학교 동창입니다. 이들 사이에는, 관객들이 앞으로
따라가야 할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소라는 중학교 때 자신과 선주, 그리고 다른 친구인 여은
사이에서 일어난 특별한 사건에 대해 집착하고 있고, 그 때문인지, 선주는 자꾸 소라를
외면하거나 멀리하려 하고 있어요. 이들 사이에 선주는 잘 알고 있지만, 소라는 절반만
알고, 우리는 전혀 모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이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전개됩니다. 그리고 그 미스터리는
관객들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는 도구이기도 하죠. 관객들은 선주와 소라의 일상적인
행동 이면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 때문에 사소한 대사나 행동도 그대로
보지를 않죠. 그 때문에 앞에서 전개되는 정체불명의 드라마가 늘 실제보다 재미있어
보입니다. 일단 궁금하니까요.
그러다 정작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맥이 풀립니다. 중요한 일이 아니어서? 아뇨,
그들에게 닥친 일은 엄청나게 큰 사건입니다. 선주가 그 때문에 평생 동안 죄책감을
느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내용과는 잘 맞지 않아요.
일단 이 사건은 개인적인 미스터리로 남기엔 너무 큽니다. 당시를 거친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수밖에 없는 엄청난 사건과 관련되어 있지요. 그러니, 소라가 아무리
진상에 어둡다고 해도 이 사건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건 자연스럽지가 못하죠.
선주나 여은의 언니 정은이 그 사실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하지 못하는 건 더 어색하고요.
결정적으로 이 사건의 폭로는 드라마에 도움을 주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 폭로를
통해 우린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진상의
요약본, 보다 정확히 말하면 요약본의 결말일 뿐입니다. 아무리 비극적이라고 해도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는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저는 원래 과거 플래시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현재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요. 과거가
충분한 소스를 제공하고 있지 못한데, 어떻게 현재로만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하는 겁니다. 과거와 현재가 반반 정도의 비중이라면 같은 이야기를 해도 잘
맞았을 거예요. 과거 장면에 나왔던 배우들도 충분히 그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박진희, 박지윤, 김정난은 모두 별다른 무리 없이 영화에 맞는 섬세한 내면 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색한 비밀과 침묵 속에서 그들의 연기는 조금
붕 뜰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 [TV 문학관]에서 볼 수 있었던 문예영화 풍의
다소 갑갑한 스타일도 불편하고, '청포도 사탕'의 메타포는 과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깨의 힘을 조금 뺐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12/09/08)
★★☆
기타등등
김희정의 전작 [열세살 수아]의 주연배우 이세영의 카메오가 있습니다. 이 사람과 과거 회상 장면에
나오는 세 배우들을 보면 감독의 '중학생 여자애'의 취향을 알 수가 있어요.
감독: 김희정, 출연: 박진희, 박지윤, 김정난, 최원영, 김보라, 이유미, 강민아, 손화령, 안내상, 최무성, 이세영,
다른 제목: Grape Candy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Grape_Candy.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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