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제국 The 25th Reich (2012)

2012.07.27 09:42

DJUNA 조회 수:9793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25제국]은 나치 비행접시/고대 외계인 가설과 제2차 세계대전 전쟁영화를 결합시킨 SF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엉뚱하게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해요. 1943년 미군 모 사단의 마스코트인 퓨마 두 마리가 달아나자, 영화배우 출신의 장교를 포함한 다섯 명의 미군이 그 동물들을 사냥하러 나선다는 거죠. 그런데 그들의 차에는 퓨마를 유인한다는 이유로 가져온 책상만한 기계가 실려 있습니다...

왜 오스트레일리아냐고요? 답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 오스트레일리아 영화거든요. 이 정도만 말해도 이 영화가 얼마나 저예산인지 눈치채셨을 겁니다. 나치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나라를 떠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예요.

영화의 야심은 엄청 거대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나치 비행접시는 5만년 전 오스트레일리아에 착륙한 외계인의 우주선이에요. 우리의 주인공들의 진짜 임무는 그 우주선에서 발견한 타임머신을 타고 5만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아직 멀쩡한 상태인 우주선을 회수해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고요. 여기에 나치가 개입하고, 나치가 지구를 정복한 대체 역사가 등장하고, 마침내는 '외계인 신'을 상대로 한 우주전쟁까지 갑니다. 이 정도면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나지 않나요?

이들은 여기서 약간의 정치비판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툭하면 "상원의원인 아빠가 날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거야"를 중얼거리는 인종차별주의자 업다이크는 부시 주니어를 떠올리게 하죠. 캐릭터 가지치기가 끝난 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살아남은 미군들이 모두 소수자들이라는 것도 만든 사람들이 가진 리버럴한 감수성의 반영인가 봅니다.

야심에 비해 영화의 제작비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습니다. 이 정도 제작 환경에서 이 야심은 그냥 만용인 거죠. 이건 특수효과가 형편없는 수준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형편없는 특수효과 자체를 넣을 수가 없어요. 결국 저 거대한 설정의 영화가, 다섯 명의 남자들이 옛날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을 흉내내며 오스트레일리아의 황무지를 걸어가는 장면들로 채워지고 맙니다. 심지어 충분히 형편없을 기회도 잃어버리는 거죠. '그래도 이 정도면 귀엽네'라고 말해줄 정도로 관대한, 저같은 관객들도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만.

영화는 나치 비행접시들이 우주로 날아가는 클리프행어에서 끝이 납니다. 그러면서 제2부가 있다고 허풍을 떠는데, 사실 그것 자체가 옛날 시리즈 영화 패러디랍니다. 관객들이 허탈해하는 것도 이해가 가시죠. (12/07/27) 

★★

기타등등
1. 원작자라는 J.J. 솔로몬과 원작이라는 [50000 Years Until Tomorrow]를 검색하면 오로지 이 영화와 관련된 정보만이 뜹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정보도 대부분 영화 공식 페이지에서 나온 거 같아요.

2. 전 당연히 부천에 [아이언 스카이]도 들어올 줄 알았어요. 대신 들어온 게 [25제국]. 꿩 대신 닭.

감독: Stephen Amis, 출연: Jim Knobeloch, Serge De Nardo, Angelo Salamanca, Jak Wyld, Dan Balcaban, Lisa-Skye Goodes, Chris Goodes 

IMDb http://www.imdb.com/title/tt193155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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