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종의 벌 20.000 especies de abejas (2023)

2023.11.24 23:15

DJUNA 조회 수:1324


[2만종의 벌]은 벌이 꾸준히 언급되고 훌륭한 아역배우가 나오는 스페인 영화입니다. 우연일까요. 하여간 [벌집의 정령] 개봉 50주년을 맞는 해에 이 영화를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긴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코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우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부모가 이 아이에게 붙여준 이름이 아이토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영화가 후반에 오면 아이는 스스로에게 루시아라는 이름을 붙여 줍니다. 루시아는 시라쿠사의 성 루치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가톨릭이 LGBTQ에 가혹한 종교라는 것과는 별도로, 퀴어 청소년이 가톨릭 성자에게 감정 이입하며 따라가는 건 또 흔한 일이라 이 과정은 꽤 자연스럽습니다.

영화는 바스크 사람들이 사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지대 마을에서 벌어집니다. 코코/아이토르/루시아는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러 엄마의 고향인 이 마을로 왔어요. 외할머니는 조각가였던 죽은 남편의 작품을 관리하고 있고 이모 할머니는 벌을 치고 있습니다. 이 국경지대 자체가 벌과 마찬가지로 영화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겠지요.

영화의 중심은 코코가 아이토르에서 루시아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거치는 동안 겪는 모험입니다. 하지만 이 모험은 혼자만 할 수는 없지요. 아들로 여겼던 아이의 모험을 따라가고 아이와 충돌하고 결국 아이를 받아들이는 가족 역시 그 모험에 동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가 예술가로서 성장해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도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쉽게 냉소적으로 볼 수 없는 찡한 성장물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중심에는 주인공을 연기한 소피 오테로가 있습니다. 이 캐스팅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데, 그와 상관 없이 오테로가 정말 눈을 떼기 어려운 훌륭한 배우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테로는 이 영화로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수상했어요. 최연소였고 앞으로도 이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겠지요. (23/11/24)

★★★☆

기타등등
올해 프라이드영화제에서도 상영했지만 그 이전에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습니다. 12월에 개봉됩니다.


감독: Estibaliz Urresola Solaguren, 배우: Sofía Otero, Patricia López Arnaiz, Ane Gabarain, Itziar Lazkano 다른 제목: 20,000 Species of Bees

IMDb https://www.imdb.com/title/tt21113962/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7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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