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들 Le pupille (2022)

2023.12.22 23:51

DJUNA 조회 수:1263


[어린 소녀들]은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두 고유명사가 연결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알리체 로르바케르와 디즈니요. 알폰소 쿠아론이 제작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사람은 올해에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풀린 [하늘의 목자]라는 비슷한 러닝타임 (40분 조금 못됩니다)의 크리스마스 테마 단편의 제작자로 참여했어요. 검색해 보니 연말마다 크리스마스 테마 단편을 발표하는 시리즈라고 합니다. 쿠아론이 시리즈의 첫 감독으로 로르바케르를 선택했고, 로르바케르는 소설가 엘사 모란테가 친구 고프레드 포피에게 보낸 편지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수녀들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가톨릭 여자학교입니다. 당연히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에 일어나는 일이고요. 구체적인 시대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초반입니다. 그러니까 아직 이탈리아가 주축국 멤버였던 때죠. 라디오에서는 전쟁 뉴스가 들리고 예수탄생을 재현하는 학생들에게, 마을 사람들은 전쟁터에 나간 남자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이런 걸 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크리스마스에도 돌아갈 집이 없는 애들이죠.

영화는 대부분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됩니다. 엄격한 규율을 중시하는 수녀 밑에서 쪼끄만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요. 아이들이 연애 소재의 칸초네를 듣고 따라부르다가 수녀에게 혀를 닦인다든지. 그리고 영화 중반을 넘어가면 달걀 70개를 넣고 구웠다는 빨간 케이크가 나오고 이게 나머지 러닝타임을 끌어갑니다.

[마들린느]와 같은 20세기 어린이 대상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에요. 단지 이 영화의 기숙학교는 도피적인 판타지의 공간이 아닙니다. 실제로 가톨릭 문화권 사람들이 체험했을 억압들이 생생하게 보여지죠. 더 얄미운 건 아이들을 상대로 한 이런 억압이 훨씬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동기에 바탕을 두고 있을 때죠. 종교라는 게 종종 이런 식으로 얄밉습니다. 단지 영화는 이런 습관적인 억압을 깨트리는 지점이 있고 거기선 정말 통쾌하고 귀엽습니다. 이게 무엇인지는 직접 보고 확인하며 즐기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23/12/22)

★★★☆

기타등등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실사단편영화상 후보였습니다.


감독: Alice Rohrwacher, 배우: Alba Rohrwacher, Greta Zuccheri Montanari, Carmen Pommella, Lady Maru, Valeria Bruni Tedeschi, Melissa Falasconi, Febe Sapia, Francesca Uccelli, 다른 제목: The Pupils

IMDb https://www.imdb.com/title/tt20215392/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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