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피바디와 셔먼은 제이 워드의 애니메이션 쇼 [록키와 불윙클]에 나오는 [Peabody's Improbable History]라는 꼭지의 주인공입니다. 천재 개 미스터 피바디가 자신이 입양한 소년 셔먼과 함께 웨이백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는 내용이죠. 유튜브를 검색하면 원작 단편들을 꽤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록키와 불윙클]에 나오는 꼭지들은 대부분 미국 베이비부머들 사이에서 컬트 취급을 받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영화화되었습니다. 이 아이젠하워-케네디 시절의 구닥다리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 갑자기 드림웍스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된 것도 그 때문이겠죠. 지금 그 동네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바로 어린 시절 [록키와 불윙클] 쇼를 보고 자란 세대니까요.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원작의 리메이크이기도 하고 속편이기도 하고 패러디이기도 합니다. (소년이 개를 입양하는 대신) 개가 소년을 입양하고 둘이 같이 시간여행을 하며 당대의 위인들을 만난다는 설정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거기에 셔먼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패니라는 여자아이에게 시달리고 결국 그들이 같이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진 거죠. 하지만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액션은 보다 호사스러워졌으며 제이 워드스러운 형편없는 말장난(몇몇은 다른 언어로 번역이 불가능합니다.)은 살짝 이중적이 되었습니다. 농담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원본으로 삼은 농담에 대한 농담이기도 한 것이죠.

영화의 각본은 무난하고 손쉽습니다. 고민 없이 대충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정말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그런 티가 나지 않게 수월한 모양으로 썼다는 게 맞을 겁니다.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 그 뒤로 이어지는 설정 같은 건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헐렁헐렁 넘어가요. 이런 걸 굳이 진지하게 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거겠죠. 고대 이집트, 르네상스 시대, 트로이 전쟁을 오가는 시간여행도 별 논리적 맥락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단편 원작의 요소를 묶어 억지로 장편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해요.

어떻게 봐도 롭 민코프의 전작 [라이언 킹]처럼 진지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경박하고 가벼운 분위기 안에서 이야기를 꽤 경쾌하고 흥겹게 진행시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지만 캐릭터 묘사가 성공적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수준의 유머가 막힘없이 흐르는 것이죠. 한 번 보고 잊어버릴 영화지만 이 정도면 애들과 같이 온 부모들도 지루하지는 않을 겁니다. (14/04/18)

★★☆

기타등등
이 영화에 나오는 역사 이야기를 그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모두 농담이니까요. (서구)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줄 수는 있겠지만 교과서 역할은 못 하죠.


감독: Rob Minkoff, 출연: Ty Burrell, Max Charles, Ariel Winter, Lauri Fraser, Guillaume Aretos, Patrice A. Musick, 다른 제목: Shuttlecock

IMDb http://www.imdb.com/title/tt086483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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