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1일이 지구 멸망의 날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죠. 여러분들 중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그 예측은 틀렸고 전 2012년 12월 31일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12년 이전에도 지구 멸망의 날은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최근 것은 해롤드 캠핑 목사가 이끄는 패밀리 라디오 무리였죠. 그들이 휴거를 예언했던 날짜는 2011년 5월 21일. 물론 그 날도 지구는 무사했으며 캠핑의 주장을 믿었던 어느 누구도 허공 중으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해롤드 캠핑의 희생자 중 로버트 피츠패트릭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패밀리 라디오의 황당한 주장을 접하기 전에는 뉴욕 지하철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평범한 아저씨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패밀리 라디오의 종말론에 한 번 빠지자 그의 머리는 도저히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평생 동안 저축한 돈을 탈탈 털어 종말을 예언하는 지하철 광고를 했고 주변에 종말론을 설파하며 돌아다녔습니다.

피츠패트릭을 다룬 개럿 하카위크의 단편 다큐멘터리 [우리는 잊어버릴 것이다]는 대충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영화는 자신의 주장을 담담하게 설명하는 피츠패트릭의 토킹 헤드를 담습니다. 후반부에서는 5월 21일에 타임스퀘어로 나온 피츠패트릭의 뒤를 따라갑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감정은 미묘합니다. 영화는 피츠패트릭의 주장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지요. 이미 종말의 날이 지난 뒤에 완성된 작품이니까요. 애당초부터 종말을 믿었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피츠패트릭을 비판하거나 조롱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어줄뿐이지요.

그 때문에 5월 21일 타임스퀘어의 소동은 애잔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통 때 같았다면 저는 피츠패트릭을 우스꽝스러운 광신도로 보고 비웃고 넘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말의 시간이 지나가자마자 조롱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를 보자 일단 무조건 그의 편을 들고 싶어지더군요. 시작은 바보스러웠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연민을 자극하는 비극이었습니다. 전혀 공감할 생각이 없을 줄 알았던 대상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 이것도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겠죠. (12/12/31)

★★★☆

기타등등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http://vimeo.com/50792317

감독: Garret Anton Harkawik

IMDb http://www.imdb.com/title/tt2297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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