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방 Une chambre en ville (1982)

2016.04.01 20:22

DJUNA 조회 수:4739


자크 드미의 [도심 속의 방]을 보았습니다. 1982년에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그것도 [셰르부르의 우산]처럼 모든 대사가 노래로 처리 된 일종의 오페라지요. 이번엔 미셸 르글랑 대신 미셸 콜롱비에가 음악을 맡았습니다만.

총파업 중인 1955년 낭트가 배경입니다. 철강 노동자인 프랑수와 길보는 랑그루와 부인의 하숙집에 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가게 주인인 에드몽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랑그루와 부인의 딸 에디트는 점쟁이로부터 언젠가 철강노동자와 운명의 사랑에 빠질 거라는 예언을 듣죠. 에디트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길보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길보에겐 임신한 여자친구 비올레트가 있었고 에드몽은 아내가 자길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칠 지경이죠.

[셰르부르의 우산]의 괴상한 유령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영화엔 [셰르부르의 우산]이나 [로슈포르의 숙녀들]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있어요. 필름 오페라이고, 사랑에 빠져 있고 또 사랑에 빠져 있다는 사실 자체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등장하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드미의 초창기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천진난만함과 단순함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우선 이 영화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아요. 잘난 이상주의자인 길보는 여자친구 비올레트에게 냉담하고 무책임합니다. 에디트는 난폭하고 좀 정신이 나갔고요. 비올레트는 착하지만 존재감은 제로. 에드몽은 터지기 직전의 폭탄 같습니다. 로맨틱해야 할 길보와 에디트의 데이트는 매매춘처럼 다루어지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맘에 드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폭력, 섹스, 노출, 욕설은 대놓고 노골적이고요. [셰르부르의 우산]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단순한 감흥은 없고 계속 거칠게 신경을 긁는 영화인 거죠.

결국 어른들의 사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젊은 시절의 순진함을 날려버리고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나이 든 사람이 만든 영화예요. 하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느꼈던 환멸 중 어느 정도까지가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도미니크 산다의 에디트가 의도적으로 짜증나는 인물인 건 알겠는데, 리샤르 베리가 연기한 길보가 그렇게 매력없는 인물인 게 어디까지 의도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16/04/01)

★★★

기타등등
원래는 카트린 드뇌브, 제라르 드파르디외, 시몬 시뇨레 주연으로 만들려고 했다가 드뇌브가 직접 노래를 부르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포기하고 몇 년 뒤로 미루었다고 합니다.


감독: Jacques Demy, 배우: Dominique Sanda, Danielle Darrieux, Richard Berry, Michel Piccoli, Fabienne Guyon, Anna Gaylor, 다른 제목: A Room in Town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484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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