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2015)

2015.12.20 20:26

DJUNA 조회 수:11442


이석훈의 [히말라야]는 2005년 엄홍길이 이끌었던 휴먼 원정대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에베레스트 등정 중 사망한 세 한국인 등반대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올랐었는데, 그 중 한 명의 시신을 찾아가지고 내려오다가 중간에 돌무덤을 만들어 묻었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이고 당시 뉴스에도 나왔습니다. 지금도 검색하면 발견 당시를 찍은 클립을 찾을 수 있어요.

영화는 엄홍길과 사망자 중 한 명인 박무택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둘이 같이 산을 오르며 어떻게 싸나이 사이의 우정을 다졌는지, 박무택이 어떻게 죽고 엄홍길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요. 어디까지가 실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융통성을 많이 발휘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연히 신파입니다. 한국식 감상주의로 철철 넘쳐 흐르는 소재잖아요. 신파를 다루는 것이 이 이야기를 다루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라면 그냥 신파로 가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도가 지나칩니다. 영화가 감정을 다루는 거의 모든 부분이 신파, 그것도 극도로 한국적 신파예요. 이런 감정의 폭발이 너무 지나쳐서 정작 본론인 휴먼 원정대 부분에 접어들면 그냥 지쳐버리고 맙니다. 터져 나오는 신파에 익사당할 지경이에요.

다들 연기는 잘 합니다. 그 틀 안에서 진정성도 느껴지고요. 하지만 모두 JK식 신파에 징그러울 정도로 최적화되어 있어서 오히려 진실성이 떨어집니다. 단지 비교적 작은 역인 정유미만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그건 이 배우가 어느 영화에서건 고수하는 자기만의 연기 스타일 때문이죠.

영화에서 신경 쓰이는 건 산과 인간의 비율입니다. 좋은 산악영화라면 당연히 이 둘의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어야 하겠죠. 인간에게 포커스를 맞추되 산을 존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산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엄홍길 캐릭터의 대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간과 신파화된 인간감정에 전적으로 종속되어 있습니다. 전 이런 태도가 모델이 된 실제 사람들에 대한 예의란 생각도 안 듭니다. (15/12/20)

★★

기타등등
저, 예언 능력이 생겼나봐요. "이 산이 아닌가벼" 농담이 분명 하나 나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제가 짐작했던 그 타이밍에 딱 나오더라니까.


감독: 이석훈, 배우: 황정민, 정우,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이해영, 전배수, 다른 제목: The Himalayas

IMDb http://www.imdb.com/title/tt425336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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