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의 토크쇼]는 1970년대에 [올빼미쇼]라는 심야 토크쇼를 진행했던 잭 딜로이라는 연예인의 인생을 요약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뭔가 큰 일이 터졌던 1977년 [올빼미쇼]의 에피소드를 비하인드신 푸티지와 함께 틀어주겠다고 선언하지요.

여기서부터 영화는 파운드 푸티지 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따라 진행됩니다. 당연히 그렇게까지 사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아요. [블레어 윗치]처럼 '진짜 같은' 느낌은 없습니다. 일단 관객들은 잭 딜로이라는 연예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까요. 그리고 추가정보를 주는 비하인드신 푸티지는 누가 봐도 인위적입니다. 단지 파운드 푸티지의 유행이 이 단계까지 오면 관객들은 그냥 이런 인위성에 신경을 안 쓰죠. 게다가 파운드 푸티지의 형식은 영화 후반에 잠시 깨지기도 하거든요.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얼마 전에 아내를 잃은 잭 딜로이는 시청률 조사 기간에 한방을 노리기 위해 센세이셔널한 게스트들을 부릅니다. 자칭 영매, 회의론자인 마술사, 그리고 얼마 전에 악마숭배집단의 집단자살에서 살아남은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이야기를 책으로 쓴 초심리학자. 처음엔 평범하게 흘러갑니다. 일단 영매가 대놓고 관객들을 상대로 콜드리딩을 하며 허풍을 치고 있는 게 평범한 관객들의 눈에도 보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단계부터 쇼의 분위기가 수상쩍어집니다. 아무리 마술사가 이 모든 게 가짜라며 분위기를 망쳐도요.

쇼가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이 아니겠어요. [악마와의 토크쇼]는 그 과정의 재미가 상당합니다. 예측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뜻밖의 부분도 있습니다. 그 의외성 중 하나는 우리가 보고 있는 화면, 그러니까 영사기나 텔레비전이 틀어주는 영상이 객관적인 정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교묘한 반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주제에 어울리는 뻔뻔스러운 사악함을 갖고 있고 이를 표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영화는 매체 비판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시청률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당연히 70년대는 지금과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악마와의 토크쇼]는 사실적인 영화이고 이 작품이 호러와 코미디 장르를 통해 발산하는 어처구니 없는 과장은 지금과 같은 유튜브 시대의 천박함을 비판하는 데에 썩 잘 어울립니다.

재미있고 신나는 영화입니다. 단지 전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서 벗어난 후반이 좀 길다고 생각했어요. 그 직전이 거의 완벽한 결말처럼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영화는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고 그 부분도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23/07/08)

★★★

기타등등
70년대 뉴욕이 배경이지만 호주에서 찍은 호주 영화입니다. 그건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제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온 영화들을 봤단 말이죠.


감독: Cameron Cairnes, Colin Cairnes, 배우: David Dastmalchian, Laura Gordon, Ian Bliss, Fayssal Bazzi, Ingrid Torelli

IMDb https://whttps://www.imdb.com/title/tt14966898/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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