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5 23:41
김종관의 신작 단편이 얼마 전에 유튜브에 풀렸어요. [메모리즈]라는 33분짜리 단편인데, 삼성전자에서 제작한 메모리칩 광고영화예요.
저번에 허진호가 만들었던 [두개의 빛: 릴루미노]와 같은 종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지 허진호의 영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기계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김종관은 SF 영역으로 넘어가요.
영화의 첫 번째 주인공은 김무열이 연기하는 현오라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이 사람은 꿈을 잘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꿈을 연구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현우는 자기가 꾼 꿈 이야기를 하는데, 그 꿈이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그 꿈의 주인공은 안소희가 연기하는 풋내기 연극배우인 주은인데, 아직 관객들이 두렵고 배우로서 자신을 믿지 못합니다. 현우의 꿈 이야기가
끝나면 반전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주은 파트입니다. 당연한 것이, 김종관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 있으니까요. 돌담이 있는 쓸쓸한 골목과 어두운
카페, 소극장 연극 무대가 배경인 몽환적이고 논리는 살짝 무시한 시적인 영화지요. 김종관답게 여자배우도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제가 본 안소희의 작품 중 이 사람이 배우로서 가장 잘 활용된 영화일 거예요. 아직 전 안소희를 배우로서 완전히 믿지 못하는데, 영화는 그런 희미한 불신도
주은이라는 풋내기 배우의 내면을 그리는 데에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김무열 파트는 기능적인 위치에 머뭅니다. 이 파트는 순전히 삼성전자 메모리칩을 홍보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넣은 거죠.
결말의 반전은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고 설명도 너무 깁니다. 최대한 짧게 갔다면 좋았을 텐데 광고 영화이니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장르에 조금 더 관심이 있었다면 이 부분을 조금 더 재미있게 처리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김종관은 오늘 있었던 상영회에서 이 작품의 속편 이야기를 하더군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거 같지만, 이 영화가 존재하지
않는 장편의 프리퀄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19/07/25)
★★☆
기타등등
여기서 보세요.
https://youtu.be/ElL3aQA9bVg
감독: 김종관,
배우: 김무열, 안소희, 박지영, 오정세, 권정택, 김이은, 김미수,
다른 제목: Memories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movie_MEMORIES_-_Short.php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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