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3 10:34
아직도 전 [더 콘서트]의 이야기가 현실세계에서 가능하긴 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일부는 제 무지 때문이지요. 전 브레즈네프 시절 소련의 반유태주의가 어느 정도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유태인 단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휘자가 콘서트 중간에 쫓겨나는 설정에 대해서는 뭐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 뒤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정말 어리둥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지휘자인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그 뒤 30년 동안 볼쇼이에서 청소부로 일했다는 거예요.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브레즈네프 시절이 아무리 빡빡했다해도 10년 뒤면 페레스트로이카입니다. 정말 그런 일을 겪었어도 (그럴 수 있는지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그 정도의 명성을 가진 지휘자라면 당장 다른 데에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지요. 볼쇼이만 오케스트라인가요.
그 뒤에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 환상적이라, 여기서부터는 동화의 영역입니다. 필리포프는 우연히 프랑스에서 볼쇼이를 초대한다는 팩스를 몰래 입수하고 엄청난 계획을 꾸밉니다. 볼쇼이 대신 자기가 이끄는 가짜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가서 30년 전 중단되었던 차이콥스키의 D장조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겠다는 거죠. 그는 친구인 첼리스트 사샤와 함께 이전에 해고되었던 단원들을 모으고 빈 자리는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엉뚱한 사람들로 채웁니다. 그리고 프랑스에는 안 마리 자케라는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를 섭외해달라고 요청하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두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멜로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습니다.
전 상관없습니다. 전 판타지도 좋고, 멜로드라마도 좋아요. 이야기 내에서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고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며 에너지가 가득하다면 전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더 콘서트]는 그 중 두 개는 거의 확실하게 성공하고 있습니다. 속도는 빠르고 에너지도 빵빵하죠. 단지 그게 좀 단순합니다. 이 영화의 속도는 페이스 조절없이 그냥 달리는 느낌이에요. 에너지 대부분은 목청 큰 러시아인들이 질러대는 고함에서 얻는 것 같고요.
영화의 멜로드라마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세련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침연속극과 냉전시대 반공물을 반반씩 섞어놓은 스토리죠. 그래도 좋은 연기 때문에 와닿는 부분이 꽤 됩니다. 저에게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필리포프가 레스토랑에서 안 마리 자케에게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역시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줘요. 특히 필리포프와 안 마리 자케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공연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음악은 여전히 좋습니다만.
영화의 코미디는 동구권 스타일의 소란스러운 잔치입니다. 제 취향은 아닌데, 그를 고려한다고 해도 그리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싫었던 부분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행동이죠. 그들은 책임감 없는 오합지졸들입니다. 특히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캐비어와 중국제 휴대전화를 팔러 돌아다니던 부자는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이 영화는 클래식 음악판 외인구단 이야기가 아닙니까. 이들은 자신의 도전에 진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단 말입니다. (10/11/13)
★★☆
기타등등
오래간만에 미우-미우를 다시 보니 좋더군요.
감독: Radu Mihaileanu, 출연: Aleksey Guskov, Dmitri Nazarov, Mélanie Laurent, François Berléand, Miou-Miou, Valeriy Barinov, 다른 제목: The Concert
IMDb http://www.imdb.com/title/tt132008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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