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 얼굴들 Anne (2022)

2023.07.04 00:00

DJUNA 조회 수:1274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본 영화는 콩데 제투렁라스미와 라시구엣 수크칸이 공동감독한 태국 영화 [앤의 얼굴들]입니다. 영화는 한 문장으로 잠재적 관객들의 호기심을 끄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앤이라는 젊은 여자가 정신병원인 것 같은 곳에서 기억을 잃고 깨어나는데, 몇 분마다 얼굴이 바뀌는 거죠. 그리고 다른 방에는 역시 이름이 앤인 다른 여자들이 있습니다. 그 앤들은 주인공 앤과 어떤 관계일까요.

이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아요. 앤 역의 배우들을 십여명 가까이 캐스팅해야 합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가능합니다. 연출이 흐름만 잡아준다면 배우 한 명을 캐릭터 한 명에 맞추지 않아도 캐릭터를 따라가는 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없는 거죠. 단지 전 외국인 관객 입장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지명도를 잘 모르니까요. 전 추띠몬 쯩짜런쑥잉만 얼굴을 구별했습니다. 배우들을 구별할 수 있는 관객들은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죠. 하지만 [뷰티 인사이드]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얼굴이 바뀌는 사람 이야기는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또 여러 가지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 촬영 이야기일 수도 있고 온라인의 정체성 문제일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지요. 영화는 후반에 SNS의 정체성 문제로 주제를 몰고 가는데, 그렇다고 정답 하나만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정신상태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 관객들이 보는 세계가 물리적으로 단단하지 않다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도 있지요.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여러분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을 텐데 그 대부분은 영화에서 일어납니다.

호러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슴 분장을 한 베티고라는 괴물이 앤들을 사냥하지요. 기능적으로 좋은 괴물인데, 이 영화의 공포는 괴물에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공포와는 조금 다른 종류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세계가 주관적으로 뒤틀려져 있으니까요. 그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악몽과 같은 세계 속에서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인 겁니다.

대부분 하이 컨셉 영화들이 그렇듯 설정만 설명하면 벌써 영화 반이 나오고 그 뒤로는 조금 반복적으로 흐르는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호러 효과는 좋은 편이고 적당히 서스펜스를 자극할만큼 정보를 주면서 끝까지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비율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23/07/04)

★★★

기타등등
베티고는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따온 이름 같습니다. 포스터가 슬쩍 지나갑니다. https://youtu.be/pBFqGXqPX6s


감독: Kongdej Jaturanrasamee, Rasiguet Sookkarn, 배우: Jennis Oprasert, Praewa Suthamphong, Phantira Pipityakorn, Chutimon Chuengcharoensukying, Violette Wautier, Sawanya Paisarnpayak, Waruntorn Paonil, Sutatta Udomsilp, Arachaporn Pokinpakorn, Eisaya Hosuwan 다른 제목: Faces of Anne

IMDb https://www.imdb.com/title/tt10235670/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7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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