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소리소문 없이 개봉된 가이 리치의 신작입니다. 정부 돈을 펑펑 쓰며 사치하는 영국 스파이가 주인공입니다. 제임스 본드와는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 오슨 포춘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정부와 일대일로 계약해서 일하는 프리랜서라고 합니다.

영화는 러시아 연구소에서 도난당한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시작됩니다. 거물급 무거래상인 그렉 시먼스가 핸들이라고 불리는 그 물건의 판매에 개입하자, 그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아무 데에나 흘러가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영국 정부는 포춘을 고용합니다. 팀을 꾸린 포춘은 인간 미끼를 하나 선택하는데, 그건 할리우드 스타 대니 프란체스코. 시먼스가 프란체스코의 팬이라나요. 얼마 전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니콜라스 케이지로 나온 모 영화가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갖고 있는 스피드, 운동량, 분주함 무엇보다 쌓이는 시체량을 고려하면 [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지루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계속 뭔가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보고 나면 별 감흥이 없습니다. 아니, 보는 동안에도 감흥이 없는 건 마찬가지예요. 특히 포춘을 연기한 제이슨 스테이덤의 액션 장면은요. 물론 스테이덤의 팬들 중 상당수는 하나도 안 다치는 주인공이 악당 수백만을 때려잡는 걸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긴장감은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후반에 오슨 포춘이 수십명의 보디 가드를 기계적으로 사살하는 장면을 보면 어떻게 재미를 느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플롯도 문제가 있습니다. 전 배배 꼬인 스파이물의 재미를 즐기는 편이죠. 하지만 이 영화의 플롯은 배배 꼬였다기보다는 산만합니다. 악당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있어 긴장감이 없고 이야기는 그냥 간신히 붙어 있습니다. 오슨 포춘에 대해서는 포기했지만 그래도 팀의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긴장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좀 운이 없는 영화일 수도 있겠습니다. 전 이전에 비슷한 영역을 커버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존 윅 4], [미친 능력]을 보았고 다들 이 영화보다 주어진 게임을 월등하게 잘 했으니까요. 하지만 가이 리치는 이보다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요. 리치의 영화들을 특별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요. (23/09/02)

★★

기타등등
영화가 계속 뒤로 밀렸는데, 우크라이나 악당들이 나오는 게 신경 쓰였기 때문이라고.


감독: Guy Ritchie, 배우: Jason Statham, Aubrey Plaza, Josh Hartnett, Cary Elwes, Bugzy Malone, Hugh Grant,

IMDb https://www.imdb.com/title/tt798570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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